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분명히 올 글

기다림 속에서 문장이 되기까지

by 기록하는여자

글을 쓰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다.
두세 시간은 기본이고,
어떤 글은 며칠을 마음속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한 문장이 되어 내려앉는다.

주제를 정해두고 몇 주째 바라보기만 하다
결국 한 줄도 못 쓰고 덮어버린 주제가 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어쩌면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 멘탈 코칭 수업에서 한 작가님이 말했다.
"그렇게 쓰고 싶었는데 안 써지던 시를
얼마 전, 1년 만에 드디어 완성했어요."

그 말 한마디가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오래 바라보고, 품고, 버티고,
마침내 완성된 문장을 내보였을 때
그 기쁨과 만족감은 얼마나 깊었을까.

나는 그 기분이 궁금했다.
그렇게 간절히 쓰고 싶었던 글을
마침내 완성해 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사실 그런 간절함으로 끝까지 써 내려간 글은
아직은 많지 않다.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꺼내 쓰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나조차 다 알지 못하는 마음을
문장으로 옮기려 하면
말은 자꾸 엉키고,
글자는 낯설고,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다.

떠오른 감정들을 따라가며
몇 번이고 마음을 담아보려 했지만,
간절한 기다림 끝에 태어난 글은
아직 나에게 오지 않았다.

어느 날, 나의 인연들을 떠올리며
며칠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쓰지 못한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만
아마도 아직,
그들이 내 안에 충분히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 수다 떠는 시간보다
혼자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다.

지나온 나의 시간을 다시 꺼내보고,
그때의 나를 가만히 쓰다듬는 이 고요한 시간.

가끔은 "글이 참 좋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반짝이고
더 깊이, 더 솔직하게 쓰고 싶어진다.

몰랐던 내 감정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내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긴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꾸 고치고, 다시 읽고,
문장 하나하나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그 과정이 요즘은 참 재미있다.

사실, 지금 이 글도
운동을 하다 떠오른 생각의 조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마음속에 스쳐 지나간 한 문장이
하루를 품고, 며칠을 머물다
이제야 글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다.

내가 어떤 시간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제는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절반을 건너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좋아하는 것들로,
내가 나답게 웃을 수 있는 것들로
차곡차곡 채워가고 싶다.

두렵기보다
기대되는 나날을 살고 싶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믿음이 지금의 나를 가장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늘도,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어서
고맙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를 쓰게 한다.

기다림 끝에 피어날 문장을 오늘도 믿어본다.

언젠가는, 그토록 쓰고 싶던 글도 나에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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