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뿌리내리는 문장들
세 권의 브런치북을 마무리했다.
처음 계획했던 분량은 줄였고, 미흡한 원고는 억지로 붙들어 끝냈다. 채워지지 않은 빈칸이 자꾸 눈에 밟혔지만, 흩어진 글을 모아내는 일만으로도 숨이 가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저 간신히 수습했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
글을 발행할 때마다, 내 글쓰기의 민낯이 드러나는 듯해 부끄러웠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을 붙잡지 못하면,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계속 썼다.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보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먼저 지켜주고 싶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내게 무대 같았다. 누군가는 찬란히 빛났고, 누군가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켰다. 나는 그 사이 어설프게 서 있었다. 마치 글쓰기 차력쇼의 모서리에 놓인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어설픔 속에서도 배웠다. 글은 잘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깊은 진실을.
이제는 조금 속도를 늦추고 싶다. 플랫폼의 시간표를 따라가는 대신, 내 글의 호흡에 맞추고 싶다. 한 줄 한 줄, 조용히 적어 내려가며 문장이 내 안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내 목소리를 믿고 싶다.
어설프게 준비한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묵묵히 쌓아온 힘은 언젠가 반드시 빛을 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글쓰기를 성실하게, 꾸준히, 내 삶의 일부로 지켜가겠다고.
서툰 글에도 마음을 내어주었던 발걸음들이 있었다. 그 고마움이 나를 멈추지 않게 했다.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계속 쓸 수 있었다.
이제는 더 단단히, 더 깊이, 글을 통해 나를 키워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조용한 문장들이 내 안에서 자라나 나를 증명해 주리라 믿는다.
적응의 끝에서, 비로소 시작의 설렘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