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건네는 말에 담긴 진짜 마음
"용용아, 오늘 손톱이랑 발톱 좀 깎아야겠더라."
내 말에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알았다고요."
순간, 마음이 툭 막혔다.
내가 던진 말이 잔소리였을까. 단 한 번 말했을 뿐인데, 아이의 대답은 마치 내 말이 불필요하다는 듯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옆에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내 말이 잔소리로 들렸어? 그냥 한 번 말했을 뿐인데 그렇게 들려?"
남편은 중간에서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냥 알았다고 한 거잖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말투였지만, 나는 이미 아이의 표정에 마음이 머물러 있었다.
사춘기 그 특유의 냉랭함.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내가 무슨 어린애인가요.'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는 괜스레 서운했고, 동시에 서운해하는 내 마음조차 우스웠다.
아침에 곤히 자던 아이를 바라보던 순간이 떠올랐다.
숨 고르듯 조용히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훌쩍 컸지. 많이도 자랐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길어진 손톱과 발톱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발톱도 기네. 좀 깎아야겠네.'
그건 그저 사랑스러운 습관처럼 스친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이에게 닿은 순간, 내 마음은 간섭으로, 잔소리로 바뀌어버린 셈이었다.
아침 식탁은 잠시 어색했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흘려보냈고,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한 틈이 남았다.
며칠 뒤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당신, 내일이랑 모레는 운동하지 말고 쉬어. 음식도 못 챙겨 먹는데 무리하지 말고."
그때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내가 알아서 할게. 뛰거나 근력운동은 안 하고 그냥 걷기만 하면 되잖아."
그 순간, 낯익은 기시감이 밀려왔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요. 내가 무슨 어린앤가요.'
방금 전 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투는 꼭 그 아이의 대답 같았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내가 남편에게 건넨 말이, 아이가 내게 건넸던 말과 다르지 않았음을.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다.
사랑으로 건넨 말이 때론 간섭이 되고, 배려로 건넨 말이 때론 잔소리로 변한다.
듣는 이의 마음이 닫혀 있으면, 그 어떤 다정한 말도 서운함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이도, 남편도, 그리고 나 자신도 모두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서운하고, 이해받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은 자리.
나는 다짐했다.
아이의 "알았다고요"라는 대답을 조금 더 다정하게 들을 수 있기를.
남편의 걱정을 간섭이 아니라 고마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사랑이 잔소리로 변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한 번 더 다독일 수 있기를.
오늘도 가족 덕분에 마음의 거울을 본다.
그 거울 속에서 나는 아직 미완의 엄마다.
그리고 여전히 배우는 아내다.
사랑은 잔소리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말 너머에 숨은 마음을 끝내 알아보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