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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alm Jan 31. 2019

브런치가 덜 친절해도 좋겠다 난

Image via Bronco Round Up


Cyworld, Kakao story, Facebook, Instagram, NAVER Blog, Twitter, Youtube, LinkedIn..

그렇게 브런치까지 넘어왔다.


아직도 종이 노트나 다이어리에 펜을 들고 끄적끄적 쓰는 걸 좋아하는 아날로그 스타일이지만 

언제든 쉽게 다시 찾아 꺼내보기에는 디지털상의 노트에 기록해두는 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끄적이는 글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SNS를 시작했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상관없이 그저 아무 말이나 적고 싶은 때도 있다.


각종 다양한 SNS 계정에 파묻혀 살아가는 듯한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뭐 때문에 SNS를 활용하고 있을까? 


분단위로 일정을 짜며 참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네들이 SNS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미디어 채널이 아닌 다양한 소리를 더 빨리 찾아 들을 수도 있고 

외국이나 원거리 지방에 흩어져 있는 지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도 끄집어내기도 하고 

친절하게 몇 해전 이 맘 때 내가 올렸던 사진이나 글을 상기시켜주는 알람도 해주고

때로는 잊고 있던 인간관계를 살포시 되살려주는 브릿지 역할, 내지는 소통 창구로 쓰기도 하고


책상 아래에 먼지가 좀 쌓여버린 커다란 사진첩을 들춰보니 필름 카메라로 찍고 인화한 사진들을 빼곡히 붙여두고 그 옆에 깨알같이 메모를 적어둔 게 마치 지금 쓰는 SNS의 사진첩 기능을 아날로그 버전 그대로였다.

다만 필름 카메라로 찍을 때는 액정으로 사진들을 확인해 볼 수도 없고 뽀샤시하게 보정할 수도 없어서 초점도 잘 안 맞고 흔들린 사진들도 많지만 나름의 투박한 맛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두장의 사진과 간단한 메모로 개인 일상이나 감성 기록할 때는 Instagram을 사용하고 있고

업무적인 내용을 공유하거나 기사거리들을 같이 고민해보고 싶을 땐 facebook을 주로 사용한다.

젊은 친구들은 이제 facebook보다는 해쉬태그로 검색이 편한 Instagram이 좋다고 하더라만, 온라인 상으로 특정 목적의 그룹 커뮤니티 방을 개설해 활용해야 할 경우에는 facebook이 좀 더 편한 것 같다. 

아, Youtube는 (요즘 핫하다는) 1인 미디어 채널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그저 잠들기 전 먹방으로 배고픔을 달래거나 내일 먹을 메뉴 선정에 지대한 역할로 적극 활용한다. 

공통적으로는 facebook과 Instagram 모두 지인들과만 친구를 맺어 비공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누구나 내 글을 전체 공개로 볼 수 있는 브런치가 아직은 내게 많이 낯설다.


인스타그램도 그렇고, 페이스북도 그렇고 뉴스피드가 실시간 업데이트되면서 내가 쓰는 글들이나 활동이 팔로워들에게 오롯이 노출되는 게 TMI (Too Much Information)으로 느껴질까 봐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예전 싸이월드의 소통방식이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하거나 업데이트되는 내용들이 있을까 싶으면 직접 미니홈피를 타고 들어가 살짝 구경하고 나오거나 정기적으로 일촌평을 바꿔주며 우리의 관계를 업데이트도 해주고 방명록도 남겼다. 비밀로 두 사람만 방명록을 볼 수 있는 기능이나, 비밀 다이어리 기능이 생겼을 땐 썸 타는 사이나 연인 사이에 급물살을 타게 해주는 기발한 신기능 아니었을까.


물론 싸이월드의 기능과 페북/인스타그램의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능이나 장, 단점을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처럼 가만히 있어도 나에게 맞는 정보와 소식들을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업데이트되는 거에 비하면 싸이월드는 덜 친절하고 수동적인 방식의 SNS였다고 느껴진다. 혹시 싸이월드가 지금까지 활발히 사용된다면 지금의 뉴스피드 스타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덜 친절한 그 방식이 좋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  시스템은 덜 친절하지만 덕분에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해 알아가기 위해서는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으니 말이다. 


브런치를 이제 시작하게 되어 이 곳의 소통방식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광고나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슴슴하게 써 내려간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나이도 직업도 생각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솔직한 세상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 브런치에 문을 두드렸다. 내가 끄적이던 낙서장이나 메모들을 어딘가 옮겨 기록해두고 싶어 글 공간을 찾던 참에 브런치를 만나 반가웠다. 아주 세련되지 않아도 감정 묘사가 고스란히 느껴져 깊은 공감이 되기도 하고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면 좋겠다. 


나만 그리 생각할지 모르겠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브런치가 조금은 덜 친절해도 좋겠다. 그만큼 내가 조금 더 친절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잘 지내보자 Mr. 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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