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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Feb 23. 2019

[게임업계 취재후기] 국내 게임사의 열악한 현실

10년 뒤가 보이지 않는다

'크런치 모드'라는 말이 있다.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게임업계의 열악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모습은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퀭한 눈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상태일 것이다. 뭐 실제로 개발자들을 만나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다만 게임 출시를 앞두거나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을 때에는 그 몰골이 말이 아닌 경우가 많다. 사실 게임업계 자체가 복장에 대해서 다른 업종과 비교해 관대하고, 캐주얼하게 입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개발자에 대한 인식이 후드티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게 된 것 같다.


앞에서 크런치모드와 게임업계의 캐주얼한 복장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게임업계의 노동강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복장에 대해 관대한 업종일수록 회사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회사에 오래있는 만큼 복장이라도 편하게 입게 해주는 나름의 배려라고나 할까. 


문제는 국내 게임산업 자체가 최근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노동환경도 열악한 상황에서 산업 자체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게임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기준 상위 20개 업체 중 절반 가량만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10곳은 적자지속 또는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상위권 회사가 이정도인데 그 밑에 있는 회사들은 어떻겠는가. 


최근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게임사를 발굴하고 싶어도 더이상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 스타트업의 경우 그 시장이 사실상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과거 2012년을 전후해서는 중소 게임사들도 모바일게임 출시를 통해 어느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인 지금 인기 모바일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중소게임사들의 게임은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중국 게임사 아니면 국내 대형 퍼블리셔들의 게임이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시장의 전체 규모는 지난해 기준 대략 14조원이다. 이 가운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게임 빅3'가 6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컴투스, 펄어비스 등 상위 게임사 몇곳을 더 포함시키면 사실상 상위 게임사 10곳이 전체 산업 규모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하위 게임사들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수준인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유저들이 게임사에 대해 불만을 쏟아놓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뭐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대략 정리하자면 게임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양산형 게임만 출시하니 유저들이 다 떠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굳이 변명하자면 지금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을 조금만 해도 참신한 게임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게임들은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혹은 유명 게임사의 게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이 말하는 양산형 게임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그 게임을 만든 해당 게임사가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하루에도 수십개의 게임이 출시되는 시대에는 게임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게임사들이 양산형 게임을 만드는 이유도 그러한 게임이 소위 말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 게임사들은 이러한 돈이 되는 양산형 게임으로 어느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국산 게임들의 공습으로 힘든 상황이다. 중국의 개발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국에서 3년이 걸릴 게임을 중국에선 1년이면 만든다. 그리고 기술력 자체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성화다. 과거에는 게임만큼 대박을 치기 좋은 분야도 없었다. 사실상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특유의 집요함과 열정으로 전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특히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한국이 탑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빛바랜 영광일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10년 뒤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10년 뒤 국내 게임시장은 중국에 넘어가거나 아니면 스스로 자멸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형 게임사만 살아남고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이 회사를 팔겠다고 나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뭐 말이 길었지만 사실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유저 입장에서는 잘 만든 게임만 즐기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내 게임산업 자체가 침몰해가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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