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멀어지고 있는 것.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천천히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크게 싸운 날이나 결정적인 사건이 있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날들 속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에는 연락이 늦어도 기다릴 수 있었고, 서운한 일이 생기면 말로 풀려고 했고, 다투더라도 결국은 다시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마음이 떠나기 시작하면 그 모든 과정이 점점 줄어든다.
상대의 하루가 궁금했던 마음은 무뎌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해지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예전에는 “우리”라는 말로 관계를 이야기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나”라는 말이 더 많아지고, 둘이서 풀어야 할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보다 혼자서 정리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많은 이별은 헤어지자는 말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진 태도 속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은 단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작은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그 사람이 떠난 날보다, 이미 마음이 멀어져 있던 시간들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이별을 이해하게 된다.
— 책 <지나온 계절은 전부 내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