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can't)과 '안 하는 것(don't)'의 결정적 차이
우리는 '육각형 인재', 즉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야근을 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애쓴다. 그러다 번아웃이 오면 "내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봐"라며 좌절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슈퍼카는 짐을 많이 실을 수 없다. 트럭은 빨리 달릴 수 없다. 이것은 결함(defect)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설계된 '스펙(spec)'이다.
생물학에 '에너지 배분(Energy Alloc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모든 유기체는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성장, 번식, 생존 중 어디에 쓸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곳에 동시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달리는 데 에너지를 쓰면 덩치를 키우는 데 쓸 에너지가 줄어든다. 인간의 업무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무언가를 못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 그 기능을 꺼둔 것뿐이다. 프로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지 않고, '최적화(optimization)'한다.
일부 심리학 연구에서는, 유혹을 거절할 때 사용하는 단어 하나가 성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바로 'Can't'와 'Don't'의 차이다.
"I can't eat that."
(난 그거 못 먹어. 다이어트 중이거든.)
'can't'는 외부의 제약 때문에 '하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 뉘앙스를 준다. 스스로를 상황의 피해자로 만든다. 뇌는 이것을 '박탈감'으로 인식해 결국 폭발하게 만든다.
"I don't eat that."
(난 그거 안 먹어.)
'Don't'는 나의 '선택(choice)'이자 '정체성(identity)'이다. "나는 원래 그런 거 안 먹는 사람이야"라는 선언이다. 여기엔 아쉬움이 없다. 단단한 원칙만 있을 뿐이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 강제보다 자율적 선택일 때 동기와 지속력이 높아진다. 'can't'는 외부에서 강제된 느낌을 주고, 'don't'는 스스로 결정한 느낌을 준다. 같은 행동이라도 언어가 바뀌면 뇌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못 해요"라고 하면 무능해 보이지만, "안 해요"라고 하면 원칙이 있어 보인다. 단, 무례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맥락(context)을 더해야 한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능력 부족'이나 '불성실'로 볼까 봐 두려워서다. 이때 주어를 '나의 능력'이 아닌 '나의 원칙(policy)'로 바꿔라.
변명 모드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I can't check emails right now because I'm outside..."
(제가 지금 밖이라 메일 확인을 못 하는데요...)
'can't'를 쓰면 상대는 "그럼 집 가서 확인하면 되겠네?"라고 파고든다. 당신의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설정 모드로 전환하면 이렇게 바뀐다.
"I don't check work emails on weekends to stay fully recharged for Monday."
(저는 월요일의 풀 컨디션을 위해 주말에는 업무 메일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못 봐요"가 아니라 "안 봐요(I don't)"라고 말하라. 그리고 그 이유를 '월요일의 성과(recharged)'와 연결하라. 이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한 '프로의 루틴'으로 인식된다.
비슷한 표현들도 익혀두면 좋다.
"I don't take meetings before 10AM. That's my deep work time."
(오전 10시 전에는 미팅을 잡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제 집중 업무 시간입니다.)
"I don't multitask on critical projects."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 'Don't + 이유'의 구조다. 거절이 아니라 원칙의 선언이 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20% 남았을 때 우리는 '절전 모드'를 켠다. 화면 밝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앱을 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폰은 고장 났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더 오래 작동하기 위해 '최적화(Optimize)'된 상태라고 이해한다.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시스템이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백그라운드 앱을 끈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집중이란 결국 무언가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1,000가지의 좋은 아이디어에 "No"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한계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포기할 줄 아는 '용기'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그리고 다 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내 에너지의 사용처를 정하는 전략이다.
"It's not a limitation. It's a strategic choice."
(그건 한계가 아니다. 전략적 선택이다.)
'Limitation'은 '한계, 제약'이라는 뜻이고, 'Strategic choice'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뜻이다. 같은 현상을 어떤 단어로 부르느냐에 따라, 당신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설계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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