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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Dec 13. 2019

진짜 브랜드가 온다

“the crucial ingredient in the success of any brand is its claim to authenticity.”

- Al Ries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는 말했습니다. 브랜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정성이라고 말이죠. 브랜드의 시작은 차별적 ‘포지셔닝’일지 몰라도, 그 포지셔닝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진실됨이 답이라는 의미겠지요.


브랜드와 마케팅에 있어 진정성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는 것은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규모 광고 캠페인과 빅스타를 앞세운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언제 어디서 우리 브랜드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올지 모르고, 그 컴플레인을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함께 즐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여행을 위한 숙박, 맛집, 카페를 고를 때 홈페이지, 또는 검색 결과 뜨는 리뷰만을 믿지 않습니다. 바로 SNS를 켜 실제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경험하고 느낀 감정들을 스캔하고 ‘진짜’를 검증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브랜드의 진실을 드러내는 순기능만 가지지는 않습니다. 나의 관심사와 취향은 일거수 일투족 데이터 빅브라더의 감시 대상입니다. PC에서 특정 브랜드를 검색하면, 몇 초 되지 않아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 해당 브랜드의 광고가 뜹니다. 하루에 노출되는 마케팅 메시지의 양은 평균 1만 건에 이른다고 하죠. 하지만 메시지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우리가 원하는 고객에게 닿을 리 만무합니다. 마케팅 메시지 홍수의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 홍수 속에서 나를 구원해줄 단 하나의 진실, ‘진짜 이야기’ 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김혜자의 ‘진짜’ 여정을 꿈꾸다 – 코오롱 스포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더이상 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비틀어 짜낸 행주같은 멘탈로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처음 켠 SNS 화면에서 한 광고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국민 엄마, 김혜자씨가 등장한 아웃도어 광고였죠.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는 광고였습니다. 관심을 끈 것은 실제 그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를 찍기 위해 아이슬란드 여행을 감행한 김혜자씨의 진짜 이야기였습니다. 2019년 ‘눈이 부시게’ 라는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해 말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라고.


일 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20년 전부터 오로라를 보는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오롱 스포츠는 사고초려 끝에 그녀를 설득해 김혜자씨와 지구 반대편에서 아웃도어 광고를 찍게 됩니다. 당대의 핫한 스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진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에 김혜자씨를 선택한 이유가 특히 더 와 닿았는데요, 바로 ‘작고 연약한 배우의 떨리는 눈동자에 담긴 진짜 여정을 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 자체도 진짜였습니다. ‘초행길의 여정을 앞두고 약간 두려움을 느껴야 진짜인 거잖아’라며, 김혜자씨는 리얼리티를 위해 매니저 등 스태프를 아무도 동행하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기사 출처 : the-pr.co.kr)  
 

그래서였을까요. 광고 속 오로라와 빙하를 바라보는 그녀의 떨리는 눈빛을 보며 아, 이 브랜드는 꿈을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진짜 여정을 담고 싶었구나. 라는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광고의 마지막 문장은 휴대폰 속 메모장에 따로 기록해 놓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나를 믿고 걸어갑니다.”

김혜자의 '진짜' 여정을 화면에 담은 코오롱스포츠의 광고


업사이클링 패션, 그 본질의 재구축 –프라이탁의 SWAP 캠페인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공업용 방수천을 재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죠. 한국에서도 프라이탁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프라이탁 역시 태어난 지 26년이 지난 브랜드로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다른 브랜드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메신저백, 백팩을 넘어 생분해 섬유로 만든 의류 라인 F-ABRIC까지. 제품 라인업의 다양성은 풍부해졌지만 판매하는 아이템이 늘어나는 것이 프라이탁이 브랜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 고민에 대한 가장 프라이탁다운 대답이 바로 S.W.A.P. (Shopping Without Any Payment)이라는 서비스 모델입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는 쇼핑이라니. 서비스 모델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온 프라이탁 제품을 다른 프라이탁 제품 보유자와 교환하는 것입니다. Swap은 말 그대로 ‘교환하다’ 라는 뜻이 있으니 둘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낸다 해도 그 생산 자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합니다. 새로운 색감의 방수천의 종류 또한 한정적이죠. 프라이탁은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의 관여도(engagement)를 새롭게 증폭시킬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바로 프라이탁 가방을 오랜 기간 사용해온 팬들을 대상으로, 내 가방을 새로운 스토리와 맥락을 가진 다른 주인의 가방과 매칭해 교환하게 해주는 서비스죠.


서로 다른 스토리와 맥락을 가진 프라이탁 가방을 교환하는 서비스, S.W.A.P.


모바일 플랫폼에 내 가방을 아름답게 사진 찍어 등록해 놓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 프라이탁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스왑하고싶은 가방을 찜합니다. 디엠을 보냅니다. 그 쪽에서도 오케이를 하면 딜 완성! 이제 서로 스왑핑해서 새로운 가방을 교환하면 됩니다. 서로의 집을 교환해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스토리의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같은 낭만까지 느껴지죠. 이 캠페인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프라이탁의 팬덤을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컨텐츠의 스토리가 자발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것입니다.


프라이탁의 'how to S.W.A.P' 영상


유산슬이 된 유재석과 비긴 어게인

 

무한도전은 끝났습니다. 유재석은 또 어떤 다른 역할로 예능에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역할로 돌아왔습니다. 적어도 김태호PD와 함께 다시 새로 시작한 ‘놀면 뭐하니’ 라는 예능에서는 그렇습니다. 동료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인터뷰하는 형식이 아닌, 유재석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음악에 도전합니다. 다양한 세대의 세션맨들과 곡을 만들면서 드럼독주회를 여는가 하면, 뽕포유라는 컨셉으로 트로트 뮤지션들과 함께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의 곡을 만들고 아침마당에 나와 신인 트로트가수로서의 진짜 행보를 보여줍니다.

'진짜 유재석'을 이야기하고 있는 MBC 주말 예능 '놀면뭐하니'


JTBC의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즌3를 거치며 팬덤이 깊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뷰와 탑 뮤지션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버스킹을 통해 날것의 싱싱함과 재미를 주기 때문 아닐까요. 노래를 하고 있는데 어린 아이가 갑자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든지, 교회의 종소리가 노래를 방해한다든지, 갑자기 강풍이 불어 악보가 다 날아간다든지 하는 일 말입니다. 진짜의 상황에서 뮤지션 본연의 매력과 협업의 노력들이 보여지고, 그 ‘진짜’의 모습을 본 거리의 관객들은 ‘진짜’의 표정을 내어줍니다. 그를 통해 뮤지션들 역시 짜여진 각본, 갖춰진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흥과 내면의 야성을 회복합니다.

날것의 감흥과 진짜의 음악을 들려주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


Be a Voice. Not an Echo. – Albert Einstein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 말하는 ARS 대신, 궁금한 사항을 1:1 카톡으로 실시간 답변해주는 성실한 서비스가 고맙습니다. 대기업 본사에서 내려온 교육 매뉴얼을 읊는 응대가 아닌, 개인의 열정과 호기심으로 시작된 스몰 브랜드 창업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갑니다. 브랜드의 스토리부터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와 커뮤니케이션까지. 쉽고, 좋아보이는 것들의 짜깁기로 포장하는 것이 아닌, ‘진짜’의 이야기로 내 목소리를 내는 것. 브랜드의 시작이자 끝일 것입니다.


Brand Inspirer. 김 혜 원 

Founder of brand consultancy, not a but b 
hyewonaloo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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