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입문학 Chapter 1.
* 본 아티클은 e-book '브랜딩 입문학'의 발췌본입니다.
인간 삶의 근원적 철학과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사유하는 점에 끌려서인지 대학에서도 심리학을 공부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여전히 사람이 궁금하다. 사람을 좋아해서일까. 브랜드 또한 인간적인 언어와 몸짓으로 다가올 때 더 마음이 간다.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에 이미 깊게 자리잡은 ‘완성체’라면, 브랜드+ing, 즉 브랜딩은 사람들의 마음 속 특정 좌표에 닻을 내리고자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소규모 비즈니스, 일인 기업 또한 많아지면서 이제 브랜딩은 더이상 크고 작은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누구나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대. 그런데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기업은 컴퓨터 시스템 종료 아이콘의 이름을 붙일 때 ‘시스템 절전'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기업은 같은 기능을 두고 ‘잠자기'라고 이름을 붙인다. 어떤 기업이 조금 더 ‘브랜딩'에 힘을 쏟고 있는지는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절전'이라 말하고 애플은 ‘잠자기’라고 말한다. 누가 더 나은가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브랜딩이 제품,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과 그 가치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고객과의 ‘관계 맺기'라는 점에서 본다면, ‘잠자기'를 누를 때 “그래, 너도 이제 잘 때가 되었지, 오늘 하루 수고했어. 잘 자” 라는 마음이 들며 정서적으로 한 뼘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브랜딩도 어렵게 볼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왜 우리는 인간적인 브랜드에 끌리는지, 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한 명의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가는 과정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면 조금 더 브랜딩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인문학적 관점에서 브랜딩에 입문해 보자.
<브랜딩 입문학> 목차
Chpater 1.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Chapter 2. 브랜드 좌뇌 만들기 : 컨셉 정의
Chapter 3. 브랜드 우뇌 만들기 : 페르소나
Chapter 4. 브랜드 심장 만들기 : 꿈과 비전
Chapter 5. 관계맺고 성장하기 : 장수 브랜드를 꿈꾸며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입 브랜드 컨설턴트 시절, 너무도 우상같았던 회사 선배이자 팀장님이 한 브랜드 네이밍 PT 장소에서 클라이언트에게 건넨 말이다. 브랜드 컨설팅이라고 하면 온갖 데이터와 키워드를 PPT 장표에 가득 넣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내게 선배의 한마디는 너무도 신선했다. 브랜드를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 본다니. 아마도 “이 상품을 설명하는 데 저 이름으로 충분하겠습니까?” 라는 클라이언트의 의심 섞인 질문에의 대응이었으리라. 좋은 이름과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듯, 브랜드를 만드는 일 또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10년 넘게 브랜딩을 하다 보니 정말 그랬다. 브랜드는 사람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우리는 냄새도, 소리도 없는 무형의 브랜드에 사람들은 ‘페르소나(persona : 사회적 역할 또는 가면)'라는 말을 붙인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처럼 어떤 브랜드는 내향적이고 또 어떤 브랜드는 외향적이다. 어떤 브랜드는 소리치고, 또 어떤 브랜드는 속삭인다. 그 뿐일까. 인간이라면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풀고싶어하는 숙제,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이슈를 브랜드도 똑같이 짊어진다. 아이덴티티가 모호한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에 안착하지 못하고 희미해진다.
미국의 저명한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마크 W. 셰퍼의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는 말처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브랜드에 더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인위적으로 만든 이름이 아닌 창립자의 이름에서 비롯된 루이비통, 샤넬, 디올, 구찌,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에 끌리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돌이나 가질 법 한 팬덤 또한 브랜드의 현상이다. 특정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라면, 그 브랜드만의 인간적인 매력이 소비자의 마음과 만날 때 소비자는 더 이상 다수의 군중이 아니라 브랜드의 특별한 한 명의 팬이 된다. 특정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서로에 대한 유대감은 과거 종교나 지역사회의 커뮤니티가 행했던 ‘소속감'의 역할을 대신해 하나의 부족tribe를 만든다.
이제 우리는 브랜드를 볼 때, 브랜드 자체보다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을 본다.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ambassador가 창립자인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이 애플을 갖고 싶은 이유는 사람들 손에 쥐어진 쇳덩어리가 아닌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던 스티브잡스의 꿈과 비전, 좌절과 극복의 역사에 깃든 가치 때문이다. 누구인지 모를 이사회 멤버가 아닌 하워드 슐츠가 꿈꾼 ‘제 3의 장소'라는 스타벅스의 꿈과 비전을 마신다. ESG가 마케팅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점에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이 아닌 자신의 남은 모든 주식을 지구에게 바친다고 선언한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진정성을 입는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브랜드를 낳고 키우는 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브랜드 생존에 필요한 자원의 지속적 수급이 필요하고, 낡아지면 새롭게 옷을 바꿔입기도 해야한다. 친구관계를 건강하게 넓혀 고립되지 않게 해야하고, 타고난 재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어야 하며.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돌봐야 함은 물론이다.
인간이 자신만의 독특한 DNA를 가지고 태어나듯, 브랜드 또한 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품고 태어나 성장한다. 모두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브랜딩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브랜딩branding = 휴머나이징humanizing", 즉 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브랜드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보자.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Chapter 2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