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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원 Mar 06. 2017

대화의 온도
Vol.10



                                                                                                                





언제부터 저기까지 

가기를 겁내했던 것일까














허리춤에 매달려 있을 

부패한 감정들을 떨어내고 싶다. 











곧은 정신으로 

한 발 앞으로 나가고 싶다.

하품 한 번에 시름 날려 버리고 

두 발 나가고 싶다.












                                                                                                                

등을 쭉 기대 

다리를 뻗어 보면 

날 둘러싼 이곳이 넓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어제 먼 곳 떠난 사람은 

이 사실을 몰라 급히 떠나버렸나















뻣뻣해진 어깨며 무거워진 허리를 

퉁퉁 치며 차가운 냉수로 속을 달랜다.


힘들다 한 계절은 겨울인데 

따뜻해진 봄에 

나가는 건 무슨 이유인가




계절이 봄이든 겨울이든 

중요했던 건 

물리적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차가워진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시 냉수 잔을 들어 

괜히 빙빙 돌리다 

그냥 내려놓는다.


이제는 더워질 바람에 서늘해진 

내 마음을 뎁히고 싶어 

창문을 열어 놓는다.












돌아와야 할 것은 

자연스레 문 사이로 

들어올 것이다. 


나가야 할 것은 역시 

슬며시 나갈 것이다.
















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모양새로 

어제를 보낼 것이다.



그러고는 내일보다는 모래를 

기다려 볼 것이다































하루라도 더 지나야 


더워진 바람이 


콧속으로 입속으로 


땀구멍 속으로 귓구멍 속으로 


들어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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