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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아 Mar 28. 2023

당신은 바닥에 떨어진 천 원을 줍는 사람입니까?

오늘의 사소한 선택이 중요한 이유

당신은 지금 서점에 있다. 그 서점에서는 책은 물론이고 다이어리, 볼펜, 머리핀, 지갑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다. 평소 돈을 아끼느라 새로운 물건을 잘 사지 않던 당신은 예전부터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스마트폰 케이스 상품을 둘러본다. 그런데 분홍색 곰돌이가 그려진 케이스가 너무 마음에 든다. 그 옆에는 마음에 든 케이스와 같은 그림이 그려있는 그립톡이 있다. 두 개 모두 산다면, 휴대폰이 힙해 보일 것 같다.

  결국 케이스와 그립톡을 결제를 한 당신! 두 상품 모두에 결제 확인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영수증엔 케이스의 결제 내역만이 있다. 그립톡에도 결제 확인 스티커를 받았으니, 결제 안 한 물건을 밖으로 가지고 나간 것이 혹여 들키더라도 모른 척하면 그만이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


   위의 일화는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나는 그립톡의 결제가 안 된 것을 알고, 30초 정도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 자리에서 고민했다. 그러다가 도난 방지기가 울리는지 궁금하여 가지고 나가봤다. 안 울리는 것 아닌가! 바로 앞의 벤치에 앉아서 고민했다. ‘사용하는 내내 양심이 찔릴 거야! 어서 제 값을 지불해!’,  ‘그냥 가지고 가! 너 안 그래도 텅장이잖아. 신이 너에게 준 선물이야!’ 선과 악의 자아가 서로 할 말을 마구 했다. 결제어플에 들어가 통장 잔고도 확인해 봤다. 만약 결제하지 않고 집에 돌아갈 때, ‘그래도 열심히 고민했다’ 합리화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결국 전 다시 매장에 들어가서, 카운터 옆으로 쫘악 깔려있는 줄을 당당하게 제치고 옆쪽에 서서 “제가 두 개 상품을 구입했는데, 하나만 결제되어서요. 이것까지 같이 결제해주셔야 해요.” 말했다.


주변에 이 일화를 말해주면 ”헐. 나였으면 그냥 나갔을 텐데 “ 하고들 말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이 상황의 주인이었다면 분명 쉽게 매장을 나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양심은 아주 무섭게 자신을 이루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나의 말을 들은 점원이 뭐라고 대답했을까? 내가 예상한 반응은 “(울음 섞인 말투로) 헉, 너무 감사해요. 복 받으실 거예요”였다. 그런데 그 점원은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바로 결제해 드릴게요.” 하는 것 아닌가! 분명 내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 같은데, 충분한 감사 표현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왠지 언짢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 매장에 들어간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했던 걸까?

숭고한 나의 양심을 지키려고? 제 값 주고 물건을 구매해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결제되지 않은 차액을 실수한 점원이 책임져야 하니까? 그게 안타까워서? 아니면 점원의 실수를 선의로 보듬어준 고마운 사람으로 남고싶었을까? 그런 고마운 존재로서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모두 합친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냐 묻는다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제 값을 지불하는 떳떳한 소비자라는 경제활동 주체로서의 자기 결정감이 한 층 올라갔다. 또, 나는 점원의 실수를 보듬어줄 만큼 사려 깊고 공감력이 뛰어나며 정직한 사람이라는 자기 판단을 세울 수 있었다. 그 후에 얻는 자존감 상승은 덤이다.


생에는 많은 갈림길이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 작은 것을 탐하여 큰 것을 잃는다는 말, 공든 탑 무너지랴? 하는 말들이 왜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오늘 나의 선택은 훗날 내가 갖고 싶지 않은 혹은 갖고 싶은 무언가를 당연하게 만든다. 나는 그날 나의 양심과 이익 중 양심을 선택했다. 그 덕에 더 만족하는 가치를 얻었다. 그러나 그 답들 중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인생의 여러 선지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나만큼은 당신들의 길을 존중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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