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아도 괜찮아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마음여행』

by 원더풀

워킹맘 10년 차에 찾아온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2개월 간의 휴직 기간 동안 무너진 체력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데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때마침 자아성장 플랫폼, 밑미(meet me)에서 진행하는 ‘괜찮아 DAY’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다양한 세션들 중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프로그램은 차진엽 현대무용가가 진행하는 ‘나와 나의 몸 사이에서 무한히 자유로워지기’였다.


차진엽 현대무용가는 예전에 TV에서 <댄싱 9>이라는 댄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오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워낙 세계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는 분이고 일반인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워크숍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도 떨어지고, 완전 몸치라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춤을 잘 추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열렬한 팬의 입장에서 댄서나 무용가들의 공연을 찾아다니며 응원만 하다가, 직접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추는 내 모습이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널찍하게 빈 공간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큰 원을 그리며 마주 보고 섰다. 차진엽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천천히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선을 그리듯이 다리를 움직였다. 뻣뻣한 내 몸이 쑥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춤추듯이 몸을 움직여보질 않아서 어색한 마음에 자꾸 웃음이 났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워질 즈음, 파트너와 함께 하는 움직임의 시간이 이어졌다. 선생님의 미션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파트너의 손바닥 위에 내 손을 살며시 올려놓는다. 파트너가 나를 데리고 조금씩 움직인다. 나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오로지 파트너의 손바닥만 믿고 걷는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앞으로 걷는 건 꽤 무서운 일이었다. 파트너는 내가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럽게 나를 에스코트하고, 공간 여기저기를 탐색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첫 발을 내딛는 것조차 두려웠지만, 어느새 파트너를 믿고 창문 앞으로 들어오는 밝고 따뜻한 햇살을 느끼기도 하고,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만끽하기도 했다. 파트너가 속도를 내어 달리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으아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음으로 몸의 반동을 이용한 움직임을 경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파트너를 다시 바꾸었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차진엽 선생님과 파트너가 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눈을 감고 차렷 자세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의 양팔을 꽉 잡고 있을 테니, 나에게 있는 힘껏 팔을 위로 올려보라고 했다. 나는 최대한 힘을 주어 팔을 바깥으로 빼내려고 했지만, 선생님이 내 몸을 묶듯이 잡고 있어서 빼낼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선생님이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나의 양쪽 팔이 부우웅-하면서 부유하듯이 공중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뭐지? 나의 몸이 가벼운 깃털이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여기 나에게 있었구나. 감은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동안의 삶의 무게와 역할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내 몸 하나만이 여기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버텨내느라 고생했어”, “가볍게 살아도 괜찮아” 내 몸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눈을 뜨니 차진엽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괜찮다고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주었다. 동경하던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황홀한 기쁨을 느꼈다. 1분도 안 되는 그 마법 같은 시간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모먼트였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차진엽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과 육아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고, 지쳐있었던 나에게 오늘의 경험이 너무나 특별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날 차진엽 선생님이 나의 노트에 해주신 사인을 한번 열어본다.

‘11월 19일 일요일, 오늘의 순간을 가끔 꺼내어 보며,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욱 많이 쌓아가시길-’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마음여행』


어제와 같은 출근길, 버스정류장을 걷던 주인공의 가슴에 작은 구멍이 생긴다. 그러더니 동그란 마음이 몸에서 쏙 빠져 데굴데굴 멀리 굴러가버린다. “안돼-!” 주인공이 깜짝 놀라 쫓아가 보지만, 마음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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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주인공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공허하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텅 빈 마음,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 싶어 주인공은 배낭 하나를 메고 용기를 내어 마음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여정은 매우 험난하고 고생스러웠다. 예상치 못한 맹수를 만나기도 하고, 추위와 싸워야 하고, 독침을 지닌 벌떼의 습격을 당하기도 한다. 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 주인공은 주인 없는 마음들이 모이는 마음언덕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마음언덕에서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찾게 되는데, 이미 쪼그라져버린 마음을 보고 주인공은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속상해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이때, 마음 언덕을 지키고 있는 마음 요정이 나타나 주인공을 위로하며 말한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니까. 네 마음자리가 커진거야”라고.


이 메시지가 주는 감동과 여운은 꽤 오래 남았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면서 마음을 잃어버린 시간들이 많았다. 과거의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순간들을 겪어오며 나의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커졌을 것이다. 일과 육아를 챙기느라 나를 챙기지 못하는 바람에 비록 번아웃을 겪게 되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잠시 멈춤을 선택했고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을 만나며 치유받을 수 있었다. 지금의 마음여행이 다시 나를 성장시키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겠지.




1cm 마음 성장 | 나에게 친절해지기로 약속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잃어버린 『마음여행』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길을 헤매고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의 시기를 거칠 때가 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주인공이 다시 마음을 찾기 위해 모험과 여정을 선택한 것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가고 싶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2022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글은, 길을 잃은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는 노트에 그의 글을 꾹꾹 눌러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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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그리고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 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중에서


완벽하게 성과를 내고 싶었기에, 부족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실수와 실패는 부끄럽다고 생각했기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일과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스스로에게 친절하라는 말이 내 어깨를 툭툭 다독여주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어떠한 결과만이 곧 내가 되었기에, 나는 늘 긴장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하지만, 늘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있으면 언젠가는 부러지는 법.


나는 이제 유연하고 부드럽게 나를 돌봐주려고 한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채찍이 아니라 용기를 주는 것처럼.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누구나 길을 헤매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성과나 외부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 주며 나만의 인생여행을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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