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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land Nov 23. 2020

산낙지가 사라졌다... 낙지야, 행복하니?

딸이 몇 개월 전 우연히 식당에서 낙지 탕탕이를 먹었다.

그 맛과 질감이 좋았는지 며칠 전 부터 산낙지를 먹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부르는 딸.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산낙지 2마리를 4천 얼마에 판매하길래, 냅다 주문을 했다.



참 세상도 좋아졌지. 주문한 지 딱 이틀 뒤에 산낙지가 정말로 '산채로' 신선하게 배송됐다.


봉투에 담긴 낙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 얘네들을 어떻게 자르지....? 큰일났다!'


하필 남편은 출장을 간 상황이라 오롯이 내가 이 낙지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는 낙지를 보자마자 빨리 달라고 아우성이었고 "아빠 오시면 먹자"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봉투를 열었다.


먼저 한마리를 잡았다.

맨손으로 머리를 잡으니 그 물컹물컹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깨끗한 고무장갑을 꼈다.

그러니 촉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처음보단 나았다.


그리고.......

도마 위에 올려서 다리부분을 열심히 탕탕 쳐냈다.

너무 미안했다.


잘려도 꿈틀거리는 다리와 머리를 보니 정말 미안했다.


다 마무리 되고 한참 지나고 나서,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진 후 아이에게 먹였다.

맛있게 잘 먹었다. (난 거의 안,못 먹었다.)




두 마리 중, 남은 한마리는 여전히 잘 살아 있었다.

'내일 남편 오면 줘야지' 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남편이 집에 왔다.


남편이 본인도 낙지를 한 번 잡아보겠다며 호기롭게 말하길래 냉장고에 넣어둔 낙지 봉지를 꺼냈다.


그런데...

아뿔싸....

낙지가...

사라졌다


난 낙지가 봉지에서 빠져나올 거란 생각을 0.00001도 하지 못했다.

봉지를 묶어버리면 이 아이가 숨을 못쉬어 죽을까봐 생생하게 잘 견디라고 봉지를 활짝 열어놓고 냉장고에 넣었었다.


그랬는데 낙지가 사라졌다.

낙지가 사라진 걸 알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남편은 말도 안된다며 처음부터 한 마리를 주문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난 정확히 다른 그 낙지 아이와도 눈을 마주쳤었다.



냉장고 어딘가에 낙지가 있다는 건데.. 냉장고가 너무 무서웠다.


얼른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반찬통과 서랍 곳곳을 다 뒤졌지만 낙지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나흘이 지난 지금도 낙지 한마리는 끝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여전히 냉장고를 열 때 마다 두렵다. 혹시라도 그 낙지를 마주하게 될까봐.....


바다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인간 세상에 와서, 냉장고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줄

그 낙지는 알고 있었을까?



특별하다면 정말 특별한, 다른 낙지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낙지야..

도대체 어디있니...

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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