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ga and story Sep 14. 2020

“그건 네가 사는 세상이 좁기 때문이야”

“그건 네가 사는 세상이 좁기 때문이야”     


호남에서 태어나 예술대학에 진학했던 나. 어쩌면 정치의 양 날개에서 한쪽이 부러진 세상만 접해왔던 걸까. 한 선거 결과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며 친구에게 의문을 표했을 때,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날은 전환점이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의.     


SNS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론을 파악했던 주요 창구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친구와 친척, 그리고 대학교 선후배까지 내가 아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과 SNS 친구를 맺었고, 그만큼 폭넓은 의견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칭찬과 지지뿐이었지만, 이것이 대다수 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SNS 여론과 반대되는 선거 결과가 의아했던 것이다.     


정의이고 선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마냥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같은 동네나 학교 지인, 또는 친척들로부터 들은 것이 대다수 의견은 아닐 수도 있겠다.      


무엇이 정의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문을 열었다. 내 주변에선 적폐 취급받던 것들을 SNS 친구로 추가했다. 다양한 정당의 SNS를 팔로우했다.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던,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나의 친구에게 질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내 이름) 000당 SNS 친구 추가했던데 왜 그런 거야?” 당사자도 아닌 내 친구에게 슬며시 그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의 SNS 친구 추가 현황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그것이 의문을 제기할 만한 것인지도.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적폐 진영 옹호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운 마음도 문득, 솔직히 들었다. 팔로우를 취소해야 하나...? 그러다가 궁금증이 더 커서 그대로 뒀다. 게다가 남 일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


정의라고 생각했던 세계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판단을 보류하기로.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생각에 대한 갈급증이 컸다. 그래서 보수, 진보, 중도 정당의 정치학교에 모두 가보기도 했다. 흥미롭기도, 괴롭기도 한 경험이었다. 어딜 가든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한 선호와 배타가 느껴졌다. 호기심에 이끌려 간 나는, 어디와도 어우러질 수는 있었지만, 어디에든 동화될 수는 없었다. 결국... 끝까지 수강하지는 못하고 맛만 보는(?) 정도로 끝났다.      


이제는 한때 적으로 생각했던 진영에 속한 정치인의 정책을 지지하기도, 정의로 생각했던 진영에 고개를 젓기도 한다. 예전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 내가 알던 세계와 전혀 다른 곳. 흥미진진한 발견.


그리고 정치는 끝나지 않는 드라마. 계속 업데이트되기에, 나의 시선도 고정돼있지 않다.  내 판단이, 시간이 흐르면서 전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이게 맞는 것 같다... 싶다 할 참이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의 발견.


어쩌면 그게 본질일까.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족과는 정치 현안 관련으로 종종 다툼이 오가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계속 판단을 보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적정한 기준이 생길 때까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듯싶다.

작가의 이전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