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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Oct 18. 2017

내 '사업 아이템'이 기발하긴 한데 혹시 '불법'일까?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 도중에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어느 날, 어떤 분이 잔뜩 신나는 표정으로 법률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변호사님! 제가 아주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사업인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무도 시작 안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한번 들어보세요!"


사실 한번 들어보기도 전부터 '... 그거 아마 안 되는 사업일 거예요...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건데 한국에서 안하는 거라면..'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창업자'의 생각을 나같이 변변찮은 최변이 어찌 알랴! 오픈 마인드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손 가지런히! 눈 반짝!! 귀 쫑긋!!!


"바로 월급 가불 서비스라는 겁니다! 외국에서 '데일리 oo'라는 월급 가불 서비스 스타트업이 있는데요, 500만 달러나 투자도 받고, 이용자도 4만 명 넘는 핫한 아이템이래요. 이게 원리가...



출처 :  T Times. 김지현 기자.


~ 이렇습니다! 그 왜 주변에 보면 월급날 한참 전부터 매번 궁해져서 허덕허덕거리는 사람이 많잖아요.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사업하면 완전 대박날거 같아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저도 처음에 듣고 '혹' 했습니다. '우오 괜춘한데?'

한창 푹 빠져 듣다가 퍼뜩 정신차리고 냉큼 최변으로 다시 변신. 면밀히 듣다 보니 '월급 가불 업체가 근로자의 회사로부터 근로자의 월급을 직접 대신 받는다'라는 부분이 걸리더군요. 오래 전에 배웠던 근로기준법을 떠올리며 법전을 뒤져봤습니다, 뒤적뒤적.


근로기준법 제43조

①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직접 현금으로 줘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른바 '임금 지급의 5원칙'이 있는데요, '통화'로 '직접' '전액'을 '매월 1회 이상' '일정기일'에 지급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잘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련법들은 다른 법과 달리 매우 엄격하고 강행규정(당사자 합의로 변경할 수 없는)이 많습니다. 노동뿐 아니라 금융에 관련된 사업 역시 그 규제가 매우 엄격하죠. 금융투자중개, 코인사업과 같은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금융관련업은 불법일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아요. 혼자서라도 반드시 최소 구글링 등을 통해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유명한 사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사업을 한창 공격적으로 펼치다가 현행법상 허용되는 사업이 아니라서 사업을 통째로 접은 사례들 국내외로 여럿 있습니다. 사업 자체의 합법성이 문제 되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공유경제' 개념을 활용한 아이템이 많더군요.



여러분들이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우버(uber)'택시와 '에어비앤비(Airbnb)'가 가장 대표적이죠. 결론적으로 우버택시는 현재 국내에서는 불법이고 에어비앤비는 부분적으로 합법입니다. 먼저 우버 사태에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초간략으로 과정을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2009-2010 미국 우버 설립 및 서비스시작 -> 2014. 10. 23. 서울에서 우버택시 영업시작 -> 기존 택시운전사 등이 집단 반발 -> 국토교통부가 우버택시 서비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규정 -> 서울시 영업신고시 포상금 지급 결정 -> 우버 이용료 무료화 초강수 -> 우버 잠정적 사업철수


'우버택시'는 사실상 한국에서 '택시영업'을 접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버는 불법이 아닌 영역을 물색하여 '우버엑스', '우버쉐어' 등의 사업을 펼쳤으나, 현재는 '우버쉐어'만 근근이 버티고 있고 이마저도 불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에이비앤비를 좀 살펴볼까요? 제가 현재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보니 게스트하우스와 빈집 이용에 관한 상담요청이 빈번한데요, 제가 대답을 "지금 상태로는 불법인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엥? 다른 애들도 다 잘만 하고 있던데요?"합니다. 아마 다른 분들은 농어촌민박 등 등록을 했거나 그냥 불법인 상태에서 영업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숙박업도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인지라 나름의 규제가 있습니다. 숙박을 영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에 해당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펜션', '농어촌민박', '도시민박'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죠.

따라서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숙박업 요건을 갖춘 집'에 한해서만 '합법'입니다.





그러면 이번엔 한창 잘 나갔다가 불법 사업이라는 것 때문에 폐업하고 또 그 후에 기사회생한 국내 사업을 살펴볼까요? 바로 '헤이딜러'입니다.


헤이딜러 포스터


기존에는 자기 중고차를 팔 때 기존의 중고차 딜러, 신차 영업직원을 통한 위탁매매 또는 직거래라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자동차가 워낙 복잡한 기계이고 딜러와 정보비대칭이 너무 심하죠. 헤이딜러는 온라인 앱을 통해 자기 차를 전국에 있는 딜러들에게 견적을 받고 경매에 올리게 해주는 플랫폼입니다. 그래서 사업 시작하자마 큰 반향을 일으켜 매우 유명해졌죠.


그러나 2015. 12. 28.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안' 통과로 오프라인 경매장이 없던 헤이딜러는 명문으로 불법 사업 대상이 된 것입니다. 결국 2016. 1. 5. 헤이딜러는 폐업 발표를 합니다.

헤이딜러 폐업 발표



그러나 헤이딜러 폐업으로 이용자들이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았습니다. 언론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청년 스타트업을 그렇게 죽이냐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스타트업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어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각계 관련자들을 모아 ‘매매업 발전 민·관 합동 협의회’를 구성해 회의를 열고 규제 재개정을 논의하였습니다. 결국 국회는 개정 50일여일만에 재개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헤이딜러는 사업을 재개하였고,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곧바로 SV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메커니즘엔젤펀드 등으로부터 총 16억 원 투자 유치를 받게 되었더라고요. 참으로 다이나믹하죠!






지금까지 '내 사업 아이템이 기발하긴 한데 혹시 불법 아닐까?'라는 주제로 여러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보시다가 이런 짜증이 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야! 그럼 내 사업아이템이 불법이면 무조건 접어야 합니까!?'



만약 자기 사업아이템이 업계 경쟁자도 아예 없고 완전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라면 그리고 동시에 감시 당국이 눈에 불을 키고 보는 '금융, 노동'쪽이 아니라면 큰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아이템은 정말 별로 없죠. 대체로 불법사업 논란은 경쟁업체들의 민원제기 등으로 불거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업아이템이 실정법상 위법이 확실거나 애매할 경우에는 1. 우선 위험이 있는 아이템이다라는 것을 늘 유념하시고, 2. 사업대상범위나 명칭을 명시적으로 법에 부합하게 최대한 수정하세요. 그리고 3. 문제되는 법령이 국회가 정하는 '법률'이 아니라 행정청이나 지방의회가 정하는 '조례'나 '규칙'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개정이 수월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닥쳤을 때 행청정의 법령해석이나 법령 개정 등 방법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자료를 확보해두셔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법규정 형태가 '예시형'이기보단 '열거형'이 많습니다. 이게 뭔 말이냐면 예를 들어 법에서 어떠한 업종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고 해요. 그 법에 구체적인 업종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을 경우에는 대체로 그 '열거'한 업종만 허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행정청의 긍정적인 유권해석 등을 통해 명확히 열거한 업종과 같지 않아도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인 것이죠.


 사실 은근 많은 분들이 1. 에서부터 그냥 넘어갑니다. 아예 불법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의심이 들어도 "아 몰라, 설마 걸리겠어?, 그때 가서 부딪치지 뭐 블라블라 솰라솰라 등등"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렇게 되면 아무도 투자 안 합니다. 투자자들은 자기 생돈을 투하하는 건데, 애매하면 분명 물어봅니다. 거기서 '1.' ~ '3.'의 자세를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의지를 보이면 분명 다르게 볼 거예요. 제가 투자자들이나 엑셀러레이터들을 만나보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결국 '사업을 대하는 사람'을 보고 결정한다고들 하더라구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자본', '기술', '사람' 전부 부족하지만 대체로 '돈'에만 몰두합니다. 확실하니까요. 하지만 '법을 간과하지 마세요. 눈에 잘 안 보이고 피부로 잘 안 느껴지지만 법에서 문제 되면 사업을 통째로 접어야 할 수도 있어요. 끝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일수록 불법성을 의심하자!



상담사례의 경우 주제 이외의 모든 내용은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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