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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Jul 04. 2023

재직 중에는 CTO였는데, 퇴사할 때는 갑자기 근로자?

비등기 미등기 이사의 근로자성

안녕하세요. 최앤리의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직원들의 HR 이슈는 늘 골치가 아픈 문제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매출 100억 원까지는 HR 이슈, 매출 3000억 원까지는 세금, 매출 3000억원 이상부터는 공정거래 문제가 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매출 100억원 이하일 테니 아마 대부분 경영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이슈는 HR 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비등기임원”이다.




1. 비등기이사의 다양한 형태


기본적으로 비등기이사, 미등기이사는 말 그대로 등기하지 않은 이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비등기이사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채용 및 임명 과정, 체결한 계약서 형태, 회사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근태관리, 급여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비등기이사의 법적 지위를 결정하게 된다.

직위만 비등기이사이지 그 실질은 직급이 높은 근로자일수도 있고, 비록 등기는 안 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의 실질 사용자일 수도 있다.




2. 비등기이사 이슈가 발생하는 지점


비등기이사가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 때에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문제는 퇴사할 때다. 대부분의 비등기이사의 법적 분쟁은 퇴사하면서 비등기이사가 회사에 “난 근로자였어”라고 주장할 때이다.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모든 권리를 퇴사할 때 주장하는 것이다. 초과 수당, 연차 수당, 퇴직금까지 금전적인 것을 청구하는 것부터 해임되었다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노동 관련 사건은 곧바로 법원에서 판단을 받는 것이라 아니라 행정청인 노동위원회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근로자 권익 보호에 중점을 둔 곳이다. 그래서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은 여간해서는 회사가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노동 분쟁에서 회사가 근로자 요구를 들어주고 끝내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19년에 “OECD 국가의 해고비용, 해고규제”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OECD국가에서 2번째로 해고가 어려운 나라라고 한 바 있다. 한국보다 해고에 따른 비용이 높은 나라는 터키가 유일하다.




3. 실제 스타트업에서 발생했던 비등기이사 분쟁사례


필자의 최앤리 법률사무소에서 실제로 수행했었던 비등기이사 분쟁사례를 각색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A라는 IT 회사는 설립 직후 CTO(기술총책임자)를 영입하였다. 회사 지분도 10%를 주었고, 명함에도 “CTO/이사”라고 기재하였다. 물론 개발팀의 모든 직원의 근태관리 및 인사권도 해당 CTO가 결정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CTO가 자발적으로 등기이사가 아닌 비등기이사로 해달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CTO가 회사를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본래 대표와 CTO는 사이가 좋았으나, CTO가 개발부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여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CTO를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회사는 CTO에게 해임을 통보했고, 그 CTO는 곧바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구제신청을 해버린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CTO의 손을 들어줬다. CTO를 근로자로 인정해 준 것이다.

지분도 10%나 있었고, 회사 안팎에서도 이사로 인식하였으며, 실질적으로 사용자로서 행동한 증거들이 무수히 많았는데 왜 근로자로 인정되었을까?




4. 비등기이사의 기본적인 법적 지위


상법에서는 오로지 “등기”를 해야만 이사로 인정된다. 상법상 비등기이사는 “이사”가 아닌 것이다. 물론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이사에 준하게 판단하는 조항들이 있지만, 그것은 책임을 묻기 위함이지 지위 보존을 위함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에서도 일단 “등기이사”를 사용자로 본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그 실질을 중요하게 판단한다. 판례에서 항상 등장하는 근로자 판단기준을 봐 보자.

대법원은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57459 판결 등 참조).”라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이사의 “등기”여부에 대해 판례가 근로자성을 판단한 기준도 있다.

“상법상의 이사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사장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관계에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면에 등기된 상법상의 이사가 아닌 미등기 이사, 공장장 등의 임원 내지 간부직원 중에서도, 자율적인 위임사무의 처리를 하고 경영상의 결정에 개입하는 사람도 있어, 법인등기부상 이사 등으로 등기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런 사람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2006다54644(병합) 판결).”

즉 이렇게 법원은 비등기임원이어도 그 실질이 임원이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특히 법원이 아닌 노동위원회에서 비등기이사가 사용자로 인정되기에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다.




5. 비등기이사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위 사례를 토대로 A회사가 과연 어떻게 했었다면 비등기이사인 CTO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었을지 살펴보자

1. 절대 비등기이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안 된다. 임원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는 그 자체로 처분문서이어서 그 효력이 강력하다. 그런데 앞선 사례에서 A회사는 CTO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었다. 당시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대해 무지한 나머지 오너인 대표조차도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A회사는 여기에서 패착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2. 비등기이사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임했어야 했다. 상법상 이사는 주주총회 보통결의를 통해 선임해야 한다. 안 그래도 법적 지위가 빈약한 비등기이사를 대표가 근로자 채용처럼 임의로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사회 결의로 선임했어야 한다. A회사는 대표가 별도 기관 결의를 통하지 않고 대표가 임의로 선임했던 것이다.

3. 4대 보험 중 고용 및 산재보험을 빼야 한다. 사용자는 국민과 건강보험만 들기 때문이다. 사용자여부를 판단할 때 4대 보험 납부여부도 살펴본다. 근로복지공단에 임원용 보험을 요청하려면 임원계약서가 필요하니 앞선 1번이 선행되어야 한다.

4. 회사나 대표가 비등기이사의 근태관리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사람이다. 어떤 사용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출퇴근, 연차, 근무공간에 감시를 받는가? 임원들의 내부 규칙이 있을지라도 근로자와 유사하게 근태관리를 하면 안 된다. 

5. 마지막으로 비등기이사는 담당 부서의 전결 권한이 있어야 한다. 전사적으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 대표의 결재를 받을 수도 있지만, 비등기이사가 책임지는 부서의 모든 권한은 비등기이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A회사는 CTO의 근태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기술부서의 전결을 가졌지만 이미 1~3번에서 결격이 된 것이다.


회사의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비등기”로 둘 수 있지만, 향후 골치아픈 HR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사전에 단단히 대비를 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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