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시기변경권
안녕하세요. 최앤리의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차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과태료가 아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근로기준법 제110조). 연차 규정 위반에는 단순히 연차를 지급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원하는 날에 연차를 사용하는 것을 부당하게 막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그런데 작은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직원도 몇 명 없는데 출근 당일에 여러 명이 갑자기 연차를 쓴다고 하면 사업장에 초비상이 생길 겁니다. 또한, 취업규칙이나 연차 사용 내부 규정에서 연차 신청 시기를 정하고 있음에도 갑자기 당일에 연차를 신청할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근로자가 연차 사용을 원하는 날에 연차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본문).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연차 사용 시기에 대해 무한정으로 보장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명운이 달려있는 중요한 제안서 발표를 앞두고 발표 당일에 갑자기 연차를 쓴다거나 고객을 대면하는 인포 담당 직원이 대체자가 없는 상태에서 전날에 갑자기 연차를 써서 회사가 영업을 할 수 없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연차 사용 보장이 부당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이런 경우에는 연차 사용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연차 신청 방법에 대해 정한 것이 전혀 없고, 해당 직원이 갑자기 연차를 사용하더라도 회사에 막대한 지장이 없을 경우에는 당일 연차 신청을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막대한 지장"이라는 것은 포괄적인 내용이고 근로기준법 특성상 근로자를 위한 특별법이므로 그 "막대한 지정"은 엄격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규칙으로 연차 승인 규정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분명히 정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판례의 경우에도 회사 연차 승인 규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연차 신청을 한 경우에는 무단결근으로 본 경우가 있습니다(92다7542). 회사가 취업규칙에 별도로 연차 승인 규정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사용자에게 주어진 시기 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해석했습니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버스회사 직원인 버스기사가 출근 당일에 회사와 싸운 뒤에 버스가 운행 시작 20분 전에 갑자기 연차를 쓰고 나간 행위에 대해 해고 징계를 내린 경우에도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근로자가 원하는 날에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이나, 해당시기에 연차 사용으로 회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거나 연차 사용 규정을 합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경우에는 회사는 해당 시기에 연차 사용 보장을 안 해줘도 위법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