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9. 워킹맘 로그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맞추어주는 사람

by Wonderfull

이것도 저것도 뭐 하나 확실하게 하기보다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겨우 발맞추어 살아가는 워킹맘은 어느 조직에서든 파워팔로워로 살아간다. 오늘은 팔로워로 잘 살아낸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했다. 더 다양해진 선택지 속에서 교육적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준이 무엇인지, 체력적으로 많은 이동이 어려운 어머님의 서포트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등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쳤고, 그렇게 3월이 되었다. 수많은 생각과 준비에도 첫날부터 아이와 등교하다가 넘어지신 어머님을 시작으로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의 공격이 연이어졌다. 첫째 아이는 내가 없는 틈을 타 할머니에게 눈물로 힘들다고 시전 하였고, 나는 그 모든 스케줄을 만들어내서 아이를 정신병으로 이끌고 가는 대역죄인이 되었다. 잠시 잊고 있던 팔로워라는 포지션을 일깨우며 집안의 리더(어머님)의 이야기에 경청한다. 그녀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오늘 가정에서 해야 할 일들을 조정한다. 초등학교 1학년, 많은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아이가 스스로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더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어머님의 교육철학에 맞춰, 오늘도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아이를 향한 잔소리과 아쉬움을 닫아둔다. 내 딸 아니고 어머님 딸이다. 나는 이 집에서 리더가 아니라 파워팔로워로 살아가며 가정의 평화를 지켜냈다.


회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내가 맞다고 믿는 것과 회사가 향하는 방향이 대부분 다르다. 요즘같이 불경기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기 변해 어제는 옵션 A가 맞았고 오늘은 오션 B가 맞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다. 수년 동안 회사에서 A방법으로 성과도 많이 만들어냈으니, 그게 정답이라고 믿는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B를 하라고 한다. 나의 경험에 빚추어 상사에게 네가 틀렸다. 우린 계속 A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사회에서 도태되거나 권고사직되었고, 바뀐 지령 B를 잘 따라간 사람들은 좋은 성과와 승진으로 승승장구한다. 내가 리더인 회사가 아니기에 오늘도 그렇게 까라는 대로 잘 까서 먹기도 사진 찍기도 자랑하기도 좋게 만들어두는 파워 팔로워로 살아가며, 팀에서 필요한 직원임을 도장을 찍어두고 퇴근한다.


내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많은 것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도 마주해야 한다. 워킹맘은 지킬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 책임들에 마주할 여력이 없다. 한 번씩 리더 혹은 조직에게 차오르는 '분노', '반대', '포기'라는 단어에게 나는 일도 육아도 해내야 하니, 그냥 이렇게 그냥 '팔로워'로 살도록 제발 돌아가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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