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매일 하지만 조깅은 매일 안 한다. 아이들이 있어서 매일 조깅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몸이 매일 조깅을 할 만큼 튼튼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일주일에 두 번 조깅하기.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대략 8킬로미터를 꾸준히 달려왔다.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달리게 될 때까지 10년이 족히 걸렸다. 조깅을 습관 하기보다는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 활동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조깅은 대게 밝고 날이 따뜻할 때에 했다. 주부라서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긴 하지만, 날씨 좋은 날의 조깅은 완벽한 콤비다. 그래도 겨울이면 눈이 오고 난 다음에도 눈 위나 살얼음이 낀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러닝 머신이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독일에서 그렇게라도 운동을 안 하면 겨울은 일조량이 너무 적어서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한 낮 눈과 얼음이 녹은 시점 오후 2시에도 뛰었다. 반면 여름은 날이 금방 뜨거워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아침 조깅을 즐겼다. 봄과 가을은 언제라도 러닝 하기 좋다.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렇게 시간 나는대로, 컨디션에 따라, 기분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혼자 하는 조깅의 장점이다. 일주일에 두 번을 하든 세 번을 하든 매일 하든 자신이 정할 수 있다.
자유롭지만 강제성이 없는 혼자 하는 조깅에도 여러 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날씨- 비 오는 날에도 달리긴 한다. 내렸다가 그쳤다가 하는 비에는 충분히 뛸 수 있다. 하지만 장대비에는 아무래도 시야도 가려지고, 몸이 젖은 상태로 한 시간 뛰면 체온이 떨어져서 무리다. 그런 날이 지속되면 러닝은 물 건너간다. 눈이 와도 마찬가지다. 눈이 내릴 때 달리면 괜찮지만, 눈이 오고 눈이 녹았다가 얼었을 때는 미끄러워서 달리기가 불편하다. 날씨 방해를 받는다.
컨디션- 여자라면 생리가 큰 요소로 작용한다. 생리 전후 일주일로 기분이 나쁘고 또 몸 상태도 좋지 않다. 그 시기를 운동 없이 지내게 되면 자꾸만 몸이 처지게 되며, 운동을 하지 않을 때의 증상이 나타난다. 조깅한 후 그다음 조깅의 틈을 생리를 해도 4일 이내로 줄여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가기 쉽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리를 하고 있는 날은 절대로 안 달린다.
계절-지금 같은 환절기에 운동을 쉬게 된다. 아침이 쌀쌀해서 아무래 잠이 더 오고,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기 때문이다.
병-아프면 러닝을 할 수 없다.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방해 요소를 다 제거하고 조깅을 할 날을 고르면 사실 며칠 남지 않는다. 조깅 습관 들이기 참 어렵다. 또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날, 몸의 상태에 따라서 조깅을 달리게 되는 것은 가끔씩 힘들다. 습관이 안 되면 더더욱.
그래서 조깅을 준비하는 의식이 중요하다.
가족들에게 조깅을 할 거라고 알린다. 공표하는 순간 정신적으로 무장이 된다. 조깅화와 모든 장비를 미리 준비한다. 그리고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마음이나 글로 새긴다. 머릿속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식욕이 부글부글 끓고, 가만히 앉아만 있고 싶고, 또 게을러지는 그런 운동 결핍현상을 되새긴다. 그런 자신이 불만스러워 가족들에게 나쁜 기분을 전달한다는 것도 상기한다. 이런 증상을 해결할 것은 운동밖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조깅에 대한 의욕이 커진다.
조깅 습관화하기
매일 조깅을 습관화하기는 어렵다.(처음부터 매일 조깅을 습관화한 사람들은 진짜 대단하다) 몸이 적응도 안 됐는데, 아픈 몸, (초반기는 명치도 아프고, 호흡도 어려워서 목도 아프다)을 이끌고 매일매일 높은 도전의 산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 않고, 오로지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매일 조깅하기의 맹점이다. 조깅을 하는 이유는 어떤 사람은 건강해지고, 어떤 사람은 살을 빼고 싶어서, 어떤 사람은 활력을 찾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가 있다. 이런 목표는 장기적인 비전이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피곤하거나 통증을 무시하고 강한 의지로 이끌고 가면 금방 몸과 마음이 지친다. 결국엔 포기하게 된다. 영영 조깅은 하지 않겠다고, 내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자신에게도 실망하고 마는 것이다.
매일 조깅을 한다고 치고, 처음 조깅을 했다.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그렇다면 조금 쉬어보자. 몸이 안 아플 때까지 쉰 다음에 그다음에 조깅을 다시 가보자. (이렇게 시도할 때는 조깅을 하기 위한 의식들을 써 보자.) 그다음에는 어쩌면 별로 안 아플지도 모르겠다. 아프다면 다시 쉰다. 그리고 다시 달려보자. 아프면 다시 쉬자. 안 아플 때까지 기다리자.
내 경우는 사나흘 간격으로 거의 일주일에 두 번 반 조깅을 할 수 있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조깅을 해 올 수 있는 비결이다. 사실 이렇게 쉬면서 하는 러닝은 실력 향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러닝이 습관이 되었다면, 러닝 클럽이나 러닝 파트너를 구해서 혹은 경기에 참가하면서 스피드를 올릴 수 있다.) 그래도 70살 때까지 아프지 않고 조깅을 하려면 몸을 아껴야 한다.
조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할 때는 어플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삼성에는 함께 5킬로미터 달리기 어플이 있다.) 5킬로미터 달리기 어플을 사용해서 잘 달리고 그다음에도 꾸준히 자기 습관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아무래도 건강한 운동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아주 짧게 20분은 어떨까?
당장 습관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일주일에 딱 한번, 그 날 전이나 조깅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조깅화도 준비하고, 레깅스,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한다. 일주일에 하루, 예를 들어 아침에 조깅을 한다면, 화요일 회사 가기 전 6시 반. 어느 공원에서 20분~30분 조깅을 한다. 친구와 정해놓은 약속처럼 정해 놓으면 그 시간이 왔을 때 그냥 넘기기 어렵다. (<아주 작음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참고; 실제로 그렇게 정해 놓으면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처음에 달리고 난 다음 성취감이나 혹은 달리면서 좋은 기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조깅을 쉬면 그런 기분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며칠만 쉬어도 그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망각하곤 한다. 공백기도 나쁘지 않다. 조깅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도 좋다. 하지만 어느 날, 계속 달리거나 길을 걷다가 누군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다시 달릴까? 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마라톤 영상이 추천으로 올라오고, 슈퍼에 가서 잡지를 보더라도 러닝이나 아웃도어를 보게 되며, 브룩스 조깅화를 신거나 혹은 레깅스만 봐도 러닝 다시 해 볼까.라고 문뜩문뜩 떠오른다.
작심삼일 괜찮다. 주위에 러닝 잡지, 아니면 조깅화를 방에 두던지, 조깅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방이나 냉장고 문 앞에 붙어둔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뛰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이란 자주 보는 이미지에 쉽게 세뇌당하니까. 그래서 자기 주변을 운동을 상기하는 것들을 배치하면 그에 따라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또 다른 작심과 실천을 이끌 수 있다. 다시 시작하자. 잊고 있다가 다시 시작할 때, 그전보다 더 강하게 조깅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도 중요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경우에 시도 때도 없이 ‘러닝을 하러 가야지’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겨우 얼마 전부터다. 그러니 지금 시도하고 멈춰도 상관없다. 한번 관심이 있던 것은 외부의 자극이나 누군가의 영감에 의해서 다시 돌아온다. 그다음에 다시 시도하고 멈췄다가 다시 도전하면 어느 순간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