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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지 Mar 04. 2019

[우따따를 기다리는 사람들] 체험단 후기

2. 공주를 꿈꾸는 딸과 함께 읽는 성평등 그림책 '별나라의 신데렐라'

1편에 이어 체험단 후기를 올려드립니다. 공주를 좋아하는 7살 딸은 우따따의 그림책 '별나라의 신데렐라'를 어떻게 읽었을까요? 



7살 딸은 흔히 사회적으로 여성스럽다고 말하는 특성들을 좋아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매우 즐겨보는 아이다. 집에 신데렐라 동화책이 출판사 별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신데렐라를 좋아하는 편이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심어주고자 하는 나는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못마땅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신데렐라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기를 바라며 꼭 왕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보태줄 뿐이었다. 


이번에 ‘우따따’에서 받은 네 권의 책 중 딸이 가장 먼저 집어든 책은 역시나 [별나라의 신데렐라]다. 제목은 자신이 좋아하는 ‘신데렐라’ 인데 표지에는 우주 공간에서 공구를 든 손을 높이 올리고 다른 한 손을 불끈 쥐고 있는 신데렐라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니 의아한 표정이다. 


“어. 신데렐라가 왜 이러고 있지?” 


딸은 신데렐라의 전혀 새로운 모습에 흥미로운 관심을 보였다. 첫 장을 펼치니 각종 공구가 펼쳐져 있다. 남성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공구들이 신데렐라의 이야기와 어떤 식으로 연관지어 질까? 궁금증을 갖고 우주 싹둑 가위, 미세 펜치, 은하계 안경, 강력 자석 망치, 반물질 망치, 로봇 죔쇠, 플라스마 펌프 등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꼼꼼하게 읽어주었다.  

신데렐라가 주눅 들거나 울고 있지 않고 꿈을 꾸며 등장한다.

여느 동화처럼 ‘옛날 옛날’로 시작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신데렐라가 등장한다. 손에 빗자루나 걸레를 들고 집안일을 도맡아하며 주눅든 혹은 눈물짓는 표정으로 우울하게 등장하던 모습이 아닌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공구와 톱니바퀴들 사이에 앉아 멋진 로켓 수리공을 ‘꿈꾸는’ 여성이 그려져 있다. 자신만의 꿈이 있는 신데렐라라니. 이게 뭐라고 읽어주던 내가 울컥한다.


무도회는 왕실에서 열리는 우주 축제 행진으로 변형되었는데 새엄마와 언니들이 떠난 상황에 요정이 등장하여 내미는 선물이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가 아니라 신비로운 힘을 가진 보석이 달린 우주복과 새로운 공구들이다. 


요정이 만들어준 마차와 마부의 도움으로 쉽게 무도회에 가는 대신 요정에게 선물 받은 공구로 직접 로켓을 뚝딱뚝딱 재빨리 고치고 우주행진 축제에 참여하는 설정. 화려한 외모 하나로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데렐라가 아닌 우주선이 고장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왕자에게 다가가 휭휭 빠르게 렌치를 움직여 수리해주는 신데렐라의 실력이 부각되는 설정 등 책 전반적으로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 썼다는 점이 보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다. 유리구두가 아닌 렌치를 떨어트리고 돌아간 신데렐라를 찾기 위해 온 우주를 뒤지던 왕자가 신데렐라를 알아보는 방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망가진 우주선을 수리하는 여성을 찾는 것이다. 신데렐라를 발견한 왕자는 전형적인 결말처럼 “부디 나의 신부가 되어 주세요!” 외치지만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생각하는 여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환영받지 못하건만 곰곰이 생각을 하다니.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당황한 눈빛을 보낸다. 


결혼하기에는 제가 너무 어려요. 그러니 왕자님의 우주선 정비공이 되어 드릴게요!


신데렐라의 대답은 달랐다. 이후의 삶도 다를 것이다. 나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믿지 않았고, 무척 싫어했다. 마치 여자의 꿈은 멋진 남자와 ‘결혼’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는듯 많은 동화책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 


도대체 ‘결혼’하는 게 행복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건가? 왜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삶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해피엔딩이라고 세뇌시키는 걸까? 첫 장에서 로켓 수리공을 꿈꾸던 신데렐라는 마지막 장에서 꿈을 이뤘다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별들아! 내 꿈이 정말 이루어졌어!”


책을 다 읽어주고, 딸에게 물었다. 


“왕자가 결혼해달라고 했는데, 신데렐라가 뭐라고 대답했어?”

“싫다고 했어!”

“싫다고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아니야.”

‘잘 들어봐. 신데렐라는 왕자가 마음에 안들었을 수도 있어.’ 아이의 설명이 너무 귀엽고 똑똑하다. 


아이들은 스폰지와 같다. 고정관념이 쌓이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어른들과 다르게 뭐든 새로운 정보도 쏙쏙 잘 받아들인다. 다른 결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열려있다.   


독후활동지에 꿈을 그리고 있는 딸과 지켜보는 동생

독후 활동으로 제공된 활동지를 하는 동안 ‘꿈’에 대해 확장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딸이 자신의 꿈은 요리사라면서 그림을 그렸다. 드넓은 우주를 상상하고, 자신의 욕망을 탐구해가는 딸을 바라보며 그동안 신데렐라를 읽을 때 불편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고 그림으로 그리는 독후활동지. 아이들이 성별고정관념 없이 독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양육자 지도 사항이 꼼꼼히 적혀있다.


유리구두와 드레스가 아닌 우주복과 공구박스를 찾아가는 신데렐라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사회화가 많이 되는 과정에 있는 딸이 더 늦기 전에 ‘결혼’이 아닌 ‘꿈’을 이루는 신데렐라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7살, 5살 남매를 양육 중인 양육자분께서 써주신 우따따 후기 2편입니다.  왕자님에게 구원 받는 기존의 신데렐라가 아닌,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별나라의 신데렐라의 모습에서 아이가 용기와 꿈을 배웠길 바랍니다. 



딱따구리는 아이들이 주저 없이 자신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하며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딱따구리가 단단한 나무를 뚫듯, 아이 곁에서 차별과 고정관념을 뚫는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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