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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e Jan 12. 2023

좋은 쉼을 찾아서 ep3

Alee in the wonderland, Chiangmai

어제 일정이 무리가 되었는지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이 들었다. 몸이 침대 밖으로 나오기에는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침대 속에서 일요일 오전 마음공부를 시작한다. 교당에서 감사히도 일요 법회를 영상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해주신 덕분에 새해 교무님의 좋은 말씀을 치앙마이에서도 들을 수 있다. 새해에는 토끼처럼 껑충 도약하시라는 축복의 말씀과 함께 자연과 타인과 공존을 항한 시대적 화두에 대한 말씀이 반가웠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한국에 있는 분들과 APA 학회 프로포절 미팅을 후루룩 한다. 정말 말 그대로 디노 라이프의 시작이다. 화의며 작업이며 이제 어디서든 가능하니 여기 이렇게 와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작업을 끝내니 벌써 두시가 넘어간다. 아직 점심도 안 먹었는데 모라도 먹어야겠다. 수영복도 깜박하고 안 가지고 와서 수영복, 요가 매트, 실내화, 샌들 등 살 몇 가지 리스트를 적어서 일단 근처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고 하는 마야 몰로 향한다. 가는 길에 미슐랭 5년 연속받은 레스토랑이 눈에 띈다.

일단 들어가서 파인애플 볶음밥과 건강 주스 구아바 땡땡 주스를 주문한다. 치앙마이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음식들이 웬만하면 가 맛있다는 것이다. 역시 맛있다~


이제 점심 후 소화도 시킬 겸 마야몰로 향한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규모가 큰 백화점이었지만 여기저기 코끼리들이 있는 것이 여긴 태국, 치앙마이 여요! 라며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산 수영복은 사실 수영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이 코끼리 케어용이다. 한 때 태국은 코끼리 트래킹이 유명했지만 이는 지능이 높은 코끼리를 학대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코끼리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치앙마이 도심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외곽에 학대받거나 다친 코끼리를 보고하는 캠프가 있다고 해서 거기 참여해 보는 것이 나의 중요한 치앙마이 버킷 중 하나다. 코끼리랑 놀아주고 목욕을 시켜줄 수 있다고 하니 사실 기대가 많이 된다. 오늘 법회 주제였던 자연과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을 향한 실천이자 참여 활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코끼리 보호 캠프에 얼른 가서 코끼리를 케어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진다. 싶다. 그래서 수영복은 회색 코끼리랑 어울는 단색 인디언 핑크 수영복이 당첨! :)


다시 급 피곤이 몰려온다. 역시 건강이 다 회복된 것이 아니었나 보다. 뒤의 일정은 일단 스킵하고 다시 숙소로 얼른 들어가서 잠시라도 쉬다가  저녁 미팅 준비를 해야겠다.


숙소 들어가는 길에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가 음악 소리를 따라가 보니 조그만 광장에 푸드 트럭과 자유롭게 둘러앉은 사람들, 그리고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사람이 보인다. 다리도 아프고 잠시 쉬었다 가야지 하고 있는데 하얀 풍선 같은 것이 보인다. 코코넛이다

안에 있는 코코넛 워터뿐만 아니라  아니라 하얀 과육도 같이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파신다. 마치 얼핏 보면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다. 너무 좋아하는 맛이고 왠지 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흥에 겨워 노래와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며 여행지의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자유로움이 바로 그거지~ 찾던 바로 그거! 좋은 쉼에는 이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그리고 해방감이 중간 센터자리를 잡고 있다. 아.. 근데 정말 가서 눕던지 해야겠다. 어지럽다.


좋은 쉼은 역설적으로 체력이 좋아야 더 잘 쉴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숙소로 돌아온다. 신년모임이자 저녁 회의 두 시간 줌으로 열정을 태우고 약 1년 반동안 부캐로 이끌었던 스터디 팀 리더 자리를 듬직한 다른 조원에게 넘기며 마무리한다. 마음 한편이 조금 더 가벼워짐을 느끼며 이제 자유롭게 더 한결 나답게 활동해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 자리에 있으면서는 조원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과 팀 내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 자유롭게 행동하거나 목소리를 많이 못 냈었던 것 같다. 일단 무엇보다 좋은 쉼과 체력 회복이 먼저니 가득 차 있던 플레이트에서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나씩 하나씩 해봐야 한다.


빼기가 더하기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좋은 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잘 덜어내기… 그리고 위임하기.  그리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기. 덜어내야 숨을 쉴 공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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