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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Dec 14. 2018

일하지 않을 권리

#아프면 쉬어야죠

남편이 아프단다.

아침부터 조짐이 좋지 않더니, 조기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와 꽤 오랫동안 자고 일어나더니 먹을 것을 찾는 모습에 나아졌구나 싶었지만, 누가 독일인 아니랄까봐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부산을 떨며 병원에 가더니 돌아와서 하는 말,

"의사가 4일동안 회사가지 말고 쉬래." 


그 정도로 심하게 아파 보이지 않은데, 독일 의사들은 참말로 너그럽군...


세상 아픈척 하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그리고 세상 아픈척 하고 있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새어나오는 것을 보니 웃음이 '킥'하고 나왔다. 




"그럼 회사는? 진짜 4일 동안 안갈 거야?" 


"당연하지. 아플 때는 쉬어야지. 지금 이 상태에서 일하러 가면 아픈게 더 오래 갈거야. 차라리 푹 쉬고 빨리 낫는 편이 나아. 그리고 전염성있는 감기 바이러스라 회사에 가면 동료들한테 옮길 수 있으니 회사 사람들도 원하지 않을 거야. 의사가 4일 동안 쉬라고 했을 때, 일하다가 무슨 일 생기면 그때 생긴 문제는 보험 처리 받을 수도 없어. 그러니까 무.조.건. 쉬어야해." 


당당한 그의 태도가 부럽기도 하며, 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나는 일하지 않을 권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면 회사에 '일단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사가 아파 보이니 일찍 퇴근하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조기 퇴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미친듯이 기침을 콜록콜록 하면서도 회사에 출근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동료들이 집에 가서 좀 쉬라고 했는데 오히려 나는 주지도 않은 눈치를 보며 출근을 했다. 


그 때 동료들이 집에 가서 쉬라고 한 말이 진심이었구나.

그들은 내가 꾀병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아프면 쉬어야 할 권리가 있는 거구나. 


아무생각 없이 "회사는?" 이라는 질문을 뱉어낸 것이 조금 미안해 졌다. 남편의 아픈 몸보다, 회사에 연달아 가지 않아 혹여나 상사의 눈엣가시가 될 것을 더 걱정하는 못난 아내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그리고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그나저나, 4일 내내 엄살덩어리랑 붙어 지낼 생각하니 벌써 내 몸이 아파오는 것 같은 느낌은 괜한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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