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티처 홍유진
'영역형 경쟁 스포츠'는 체육을 가르치는 여성 교원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이 숙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잡기 위해 고민하다가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선생님들을 모아 원더티처를 만들었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 2024 원더티처 첫 프로그램을 '핸볼' 종목으로 정한 것도 이 연장선 상에 있다. 오늘은 프로그램 종목 선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3기 원더티처의 첫 프로그램을 ‘핸볼’이라는 종목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핸볼’은 대한핸드볼협회에서 개발한 학교체육 맞춤형 뉴스포츠로, 핸드볼을 안전하고 간단하게 변형한 종목이다. 처음 이 종목을 들었을 때 ‘학교체육 맞춤형’이라는 표현이 정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작년 가을 연수를 진행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나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1) 특히 ‘영역형 경쟁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이나 중학교 저학년에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1)2023.9. 핸볼 연수 내용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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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형 경쟁 스포츠’란 영역 침범형 게임으로, 동료와 협력하여 상대편 영역으로 들어가 골을 넣어 점수를 얻어 승리하는 활동이다. 초등학교 체육교육과정에서는 스포츠 이전 단계를 교육목표로 삼기 때문에 ‘영역형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축구, 농구 등 영역형 경쟁 스포츠는 많은 여교사들의 숙제로, 시작부터 어렵게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해당 종목을 접할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없는데다가, 일부 남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도 많아 선생님들보다 기능수준이 높은 경우도 있다. 이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더 심해진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과 함께 움직이는 경험이 낯설고, 공이 없을 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영역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기초기능을 익히고, 기본적인 이동방법을 숙지하고, 포지션과 경기방식을 이해하여 정식게임에 도달하기까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데 교사양성과정 내에서 이러한 경험을 깊이 있게 하여 전문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특히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는 더더욱) 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축구를, 선생님들은 가장 막막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역형 경쟁 스포츠를 단계적으로 배워나가는 수단으로 뉴스포츠(2)를 고민했다. 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배울 수 있는 얼티미트(원반으로 하는 미식축구), 패스와 슈팅을 연결할 수 있는 츄크볼(핸드볼을 변형하여 바운더에 슈팅을 하는 종목), 포지션과 활동 영역을 구분하여 팀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넷볼(농구에서 드리블과 몸싸움을 없앤 종목) 등의 종목을 통해 선생님도, 아이들도 영역형 경쟁의 개념을 익혀갈 수 있다. 축구, 농구를 가르치기 전에 입문 종목으로도 적절하다(이는 이전 칼럼 글을 참고).
(2)뉴스포츠: 기존의 스포츠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스포츠를 만든 것
원더티처 시그니처 연수 중 하나는 뉴스포츠를 배우고 경험해보는 '돌아온 체육시간(3)' 원데이클래스 실기 연수이다(약칭: 돌체클래스). 선생님들이 뉴스포츠를 먼저 즐겨보고, 그 종목의 ‘맛’을 알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자는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선생님들의 학창시절에는 학교체육시간에 경험해본 적이 없는데, 현장에 나와서 보니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었고, 교육적으로 장점이 많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3)원더티처 ‘돌체 클래스’에 대한 칼럼 바로가기
그중 핸볼은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가지고 경기에 참여할 수 있고(주장, 선수, 볼 스텝, 스코어 등), 패스, 슛 기본기능만 배우면 바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골키퍼 포지션이 없어 성공경험을 늘릴 수 있으며, 전용 볼을 사용하여 부상위험이 적다. 전용 골대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협회에서 진행하는 핸볼 지원사업을 통해 골대, 공, 조끼 등 교구 지원을 받는다면 수월할 것이다. 이번 원더티처 핸볼 연수 수강자들에게는 협회 지원사업 신청 우선권을 부여한다.
덧, 이것은 순수하게 자발적인 홍보로 저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존에 종목 협회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여러 연수들이 있어서 과연 우리가 이걸 (굳이)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뉴스포츠 연수 뿐만 아니라 원더티처의 모든 연수가 그러했다. 사실 원더티처 운영진들은 모두 담임교사로, 체육교사로, 스포츠클럽 지도교사로, 보직교사로, 혹은 업무담당자로 눈코뜰새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퇴근 이후의 시간, 혹은 주말, 방학시간을 이용하여 원더티처 일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연구회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직무연수시간을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며, 예산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기 떄문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원더티처 선생님들과 함께 하며 느낀 것이 있다. 낯선 길을 앞에 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원더티처’는 꼭 필요한 모임이라는 것. 한걸음 앞선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그 뒤에서 또 손을 잡는 아름다운 연대 속에서 때로는 내가 받고, 때로는 내가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더티처 안에서 용기를 얻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용기’,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가는 경험을 했다. 용기와 자신감은 함께 할 때 두 배, 세 배로 더 커졌다. 그래서 올해도 우리는 다시 연수를 연다.
올해는 원더티처 운영진 선생님들과 함께, 좀 더 연결성 있게 연수 내용을 조직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보다 더 혼란스럽고 자신 없었을 초등 선생님, 저경력 선생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내가 초등 체육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다는 것이 단점이나, 지난 수년간 책으로, 블로그로, SNS로 듣고 봐왔던 초등 교실의 모습, 초등 선생님들과 나누었던 체육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장의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싶다. 처음 체육교사가 되고, 커다란 운동장에서 어떻게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할지 막막해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과거의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저경력 선생님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시작은 야심차게.
실천은 용기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