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티처 최지인
중학교 때의 필자는 그 시절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중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체육 시간에 주어진 자유 시간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잘나가는 아이돌과 학교 주변 맛집 얘기를 하며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다만 한 가지,
시선과 관심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남학생들에게 있었다.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인기 스타라고 불리는 남학생들을 보며 응원하는 관중이 되고 싶어서가 아닌 나 또한 필드 위에서 땀을 흘리며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 그러나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학생들로 가득한 운동장에 나서서 껴달라는 말 한 마디를 하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여기서 내가 축구를 하러 가면 유별난 사람으로 보겠지...?’라는 고민과 걱정이 ‘나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앞섰다. 그래서 결국 나는 유별난 아이가 되지 않기 위한 길을 선택했다.(축구에 대한 열망을 가슴속에 묻어둔 채...)
그러던 중 여대생 축구 대회가 개최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선수를 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여학생들이 모여서 말이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축구를 향한 내 열정이 살아났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꼭 여자 축구 동아리가 있는 대학교로 진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을 현실로 이루고, 그동안 못해왔던 축구를 한없이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들 11명이 모여서 한 팀으로 대회를 나갈 수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했고, 공 하나로 팀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소통하고,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짜릿함과 전율을 느꼈다.
그 느낌이 너무 달콤하고 강렬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여자들이 축구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랐다.
< 마음만은 선수였던 대학생 시절에 작성한 운동일지, 축구에 매우 진심이었다... >
운동장에서 혼자 공을 만지고 있으면 여전히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축구를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옛날에는 그럴법한 이유를 찾으려고 했고,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필자가 축구를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공 하나로 울고 웃고 땀 흘리며 소통하는 과정들이 좋고 무엇보다 ‘축구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이다. 그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
결국 한 사람이 특정 스포츠를 경험하고 ‘자주적인 평생 체육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축구가 아니더라도 여학생들도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며 그 매력에 빠져볼 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하며, 우리 교사들이 앞장서서 그 기회의 문을 열어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