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티처 장효원
고등학생 시절,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축구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나의 생활기록부에는 ‘체육 교사’라는 진로 외에도 한 가지 특별한 희망 진로가 추가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여자 축구팀 감독]이었다.
(이 와중에 부모님과는 너무나 달랐던 진로 희망)
교사가 되고 나서 고등학교 시절의 생활기록부를 다시 읽어보았을 때, 3학년 진로 희망란에 선명하게 적힌 [여자 축구팀 감독]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첫째, 그때 나는 축구 선수 출신도 아니고 더구나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었는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희망 진로를 적었을까? 둘째, 이 희망 진로를 생활기록부에 입력해 주신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그렇다면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축구 스포츠클럽 활동이 대체 어떤 영향을 미쳤길래 진로 희망에 여자 축구팀 감독을 추가하게 된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여자 축구팀 감독]이라는 꿈을 실제로 이루게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2023년 12월, 아이들을 모아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사제 동행 풋살대회에 출전하게 되었고, 한마음으로 임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2024년에 동덕여고 축구팀을 공식 창단하게 되었다. 팀 창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학생일 때는 어땠었지?’하며 고등학생 때의 스포츠클럽을 떠올렸다.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끈끈함’이었다.
스포츠클럽 팀원들이 함께 맞춰 입은 하늘색 유니폼, 다 같이 맞춰 신었던 흰색 양말, 운동 시작 전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한 채로 파이팅을 외치던 팀원들, 운동이 끝나고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모여 앉아 함께 음료수를 마셨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났다. 이 기억들을 바탕으로 먼저 ‘원 팀(One Team)’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월 말 첫 훈련을 시작했다. 첫 훈련의 목표는 팀 빌딩(Team Building)으로 ‘원 팀’ 만들기!
팀 빌딩을 위한 축구 레크레이션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아이들이 서로 낯을 가려 결과는 대실패였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팀 빌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날의 실패를 교훈 삼아 훈련마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유도했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패스가 정확해지고, 패스를 주고받을 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아이들이 점점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고, 함께 전략을 세우며 팀워크를 다져갔다.
(팀 빌딩의 기본은 유니폼 맞춰입기!)
축구 예선 경기가 다가오면서 팀은 점점 더 단단해졌다. 훈련 중 실수가 나와도 서로 격려해주고,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함께 기뻐했다. 예선 첫 경기는 긴장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경기 내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2:0 승리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동시에, 땀에 젖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방방 뛰며 기뻐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스승의 날이었던 5월 15일, 동덕여고 축구팀의 역사적인 HOT-DEBUT)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하나가 되어갔다. 축구를 통해 쌓은 신뢰와 우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팀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원 팀’ 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왜 여자 축구팀 감독을 희망 진로에 적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고등학생 시절, 나에게 축구 스포츠클럽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하나가 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더욱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과거의 나처럼, 어떤 학생의 희망 진로가 [여자 축구팀 감독]이 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