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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예 Aug 27. 2024

코코멜론이 불편해

나 프로불편러?

"엄마, 양말놀이 할래요. TV 보여 주세요!!"


고망이는 요즘 하원하면 어김없이 저렇게 외치고는 양말들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와서 TV 앞에 자리를 잡는다.


양말놀이가 무엇이냐? 그것은 '코코멜론'이라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의 한 에피소드 "The Socks Song"을 흉내 내는 것이다.

"The Socks Song"은 주인공 가족 중, 누나와 형이 양말이 가득 든 상자를 찾아와 열어보는데 상자 속의 다양한 양말들이 짝을 맞춰 튀어나와 춤을 춘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고망이는 영상 속 차례차례 튀어나오는 양말과 유사한 양말을 찾아내 튀어나오는 것처럼 위로 던지고는 나한테도 같은 짝 양말을 찾아 던지라고 지시한다. 그리고는 그 양말 한 쌍이 춤을 추는 것처럼 가지고 놀다 노래에 맞춰 중간중간 양말을 껴 신기도 한다. 그것이 놀이의 전부지만 꼭 함께 던져야 하는 내가 필요하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매일같이 즐겨한다.  


스토리만 좇아가는 건 아직 어려운지 고망이는 노래로 된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코코멜론' 시리즈다. 유치원생인 JJ를 주인공으로 그의 가족들과 이웃,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명 동요의 멜로디에 생활 습관, 학습적인 테마, <아기 돼지 삼형제와 늑대>, <시골쥐와 서울쥐> 같은 유명 동화를 녹여낸다. 그래픽도 훌륭하고 영어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엄마 입장에선 환영. 애초에 영어버전으로 도 스토리가 짧아 이해가 쉽다.


저렇게 영상 감상 후 놀이로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내용에 쉽게 몰입했다는 뜻일 것이다. "The Socks Song"뿐 아니라 감후놀의 예시는 많다. 무지개 색 아이스바인 팝시클을 만드는 "The Color Song"을 보고는 과일주스 만들기 놀이를 한참 했고, "Planet Song"을 즐겨 본 다음엔 서점에서 스스로 행성 책을 골랐는데 지금도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ABC Song"을 보면서는 자연히 소문자도 익혔다.


그렇다고 유아용 영상으로 '코코멜론' 강추드려요~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고망이와 함께 오랫동안 시청을 이어가면서 뭐든 다큐로 받아들이고 마는 성격상 느끼지는 이면의 불편한 지점이 이 글의 본론이다.   


주인공 가족 부유한 중산층 백인 가족이다.  집, 정글짐과 수영장이 있는 은 뒷마당, 차가 있는 공간에선 세차 놀이도 할 수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집에서 다양하게 충분히 놀 수 있으니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이상적인 숫자인 셋. 이런 경제력이니 가능한 이야기다. 부모는 직업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옷은 수수해도 시간 부자다. 늘상 아이들 곁에서 적극적으로 놀아준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JJ는 모든 것을 가진 아기다. 시즌별로 인테리어가 바뀌는 넓은 개인 방이 있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과 마당이 있으며 언제든 부모가 곁에 있고 자신과 놀아주고 싶어 안달인 누나와 형이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박탈감이 상당한데 조부는 대농장을 가진 지주라 휴일이면 그곳을 방문에 소 젖도 짜고 양 털도 깎고 친구네 가족들을 초대해 말을 타고 트래킹도 한다.

 

유치원에는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이 있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JJ와 그 형제에겐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들과 주로 노는 나무 위 집 아지트도 따로 있다.

사실 동물 친구들은 친구라기보다 JJ의 보모 내지 심복으로 JJ가 필요로 할 때, 형 누나와의 경기에서 이겨야 할 때나 연극을 성공시켜야 할 때, 보살핌이 필요할 때 느닷없이 등장해 그를 돕는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계급 관계가 확실한 제작진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나는 JJ가 동물들을 '부리는' 에피소드가 특히나 불편하다.


그 에피소드 중에도 그나마 소프트한 "Ten in the Bed"를 볼 때도 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왜 제일 앞에 있는 아이가 횡포를 부려 가만 자는 애들을 다 바닥으로 떨어뜨려버리는 것인지 안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노래인데 횡포를 부리는 아이가 JJ, 당하고도 전혀 화내지 않고 JJ를 무리에 끼워주는 것은 너그러운 동물 친구들이다. 역으로 인간과 동물 간의 현실적 관계를 풍자한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고망이가 즐겨보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베베핀'. 이것은 핑크퐁에서 '코코멜론'을 모델로 만든 또 하나의 코코멜론이다.

역시나 미국의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 아이도 셋이다. 여긴 더 적극적으로 집에서  수 있는 놀이들이 종종 테마로 등장해, 부모가 재력이 되고 시간 부자면 아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다고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도 동물 친구들을 부리거나 하진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유아용 영상 가지고 오바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고망이가 은연중 이것을 표준으로 삼을 것이 좀 걱정된다. 우리는 왜 뒷마당이 없을까. 나는 왜 친절한 형, 누나가 없을까. 왜 아빠가 매일같이 놀아주지 않고 엄마는 늘상 웃고 있지 않을까. 나를 서포트해주는 동물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좀 슬픈 일이니 말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들을 주인공으로 한 SF물 타요나 친구 간의 관계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뽀로로나 더 봤으면 련만.

그래, 세상은 넓고 영상은 많으니까.

 



#과몰입증후군

#마무리_이대로_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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