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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위해 자퇴하는 학교 밖 수험생이 늘고 있다

‘학교 밖 수험생’ 증가 추세, 입시제도 개선 필요하단 목소리 나와

by 놀비

최근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학교 밖 수험생’이 늘고 있다. 현행 공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고등학생 학업중단율 5년 사이 2배 증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자퇴 후 수능 준비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요?” 몇 해전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 학력을 인정받은 뒤, 수능시험을 치룬 박모 양의 말이다. 앞선 사례처럼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서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고등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 2.1%로, 2020년 1.1%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업 중단 사유는 다양하지만 대입 전략의 일환으로 자퇴를 선택한 학생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목소리이다.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검정고시 출신 SKY대학 신입생 비율은 2020년 0.9%(108명)에서 2025년 1.9%(259명)로, 5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대입을 준비하는 현상은 입시제도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병환(42) 정책팀장은 “2019년 사회지도층의 입시비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대입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를 기점으로 교육부가 대입 정시 비율을 확대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대입 위한 전략적 자퇴, 맞춤형 사교육도 등장

이어서 백 팀장은 “요즘 내신과 수능 두 가지를 다 챙기기 버거운 수험생들이 많다. 이들에게 자퇴는 충분히 고민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 이러한 현상은 내신 경쟁이 치열한 지역, 예를 들면 강남3구 내 고등학교에서 도드라진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해 서울에서 일반고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행정구역은 강남·서초·송파구(강남3구)였다. 강남3구는 사교육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학부모들의 경제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교육계에서는 향후 이런 흐름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입학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고교 내신등급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다. 내신 성적으로 상위 10% 안에 들지 못하면 2등급이 되기 때문에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다양한 입시전략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이런 트렌드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사교육업계다. 실제로 요즘 재수전문학원을 중심으로 검정고시와 수능시험을 병행하는 ‘패키지 수업’이 흥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포털사이트만 검색해 봐도 어렵지 않게 사교육 광고를 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현장에서 지켜 본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언젠가부터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 되어버렸다”며 씁쓸해했다.


교육개혁 절실한데… 정치권은 미온적

한편 교육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공교육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대입에 성공하는 것만이 공교육의 목적이라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검정고시에 응시한 뒤 수능으로 대학에 간다면 고등학교에서 길러야 할 제반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자퇴를 하면 친구들과 교류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협동하면서 생기는 사회성이 발달할 수 없다”며 “설사 자퇴를 하더라도 청소년 지원센터 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병환 팀장은 “오늘날 학교의 역할이 단순히 교과목 배우고 가르치는 곳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대입제도의 변화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주도해야 할 정치권은 정당에 상관없이 늘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지나치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기자와 만난 한 교육계 인사는 “언젠가부터 초·중·고 교육의 목적이 대학 입시로 귀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래는 AI가 일상화된 시대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며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교육의 정체성부터 재정립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위 기사는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며 현장을 취재해서 쓴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기사원문 보기 http://www.igood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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