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부침개 Jul 16. 2024

나는 오늘도 마라탕을 끓인다


"아, 진짜 짜증나..무슨말인지 몰라?"

"나가!!"

"나가라고!!"

"엄마가 시킨거잖아. 나는 원래 영재원 가기 싫었어"

"아..진짜 못알아 듣네..멍청한거야 문해력이 떨어지는거야"




"와...이거 무슨 냄새야 너무 맛있겠다"

"엄마 밥 언제 먹어요?"

"어머니, 저 1분만 영상 찍어도 될까요?" 

"엄마, 밥 더 주세요 너무 맛있어요" 




나는 너의 온탕(열탕이란 표현이 맞겠구나..)과

냉탕을 번갈아가면서

온몸에 화상도 입고,

또 동상도 걸리면서

매일매일을 그렇게 숨 죽이며 살고 있다.



초등학교는 3학년때 부터 회장 선거를 하지..

너는 3.4.5.6학년 연속 4년동안 임원을 놓친적이 없구나. 



시킨것도 아닌데..참 고마웠어.

매번 "회장선거 나갈거야?" 라고 물으면 

"싫어 귀찮아 안해. 일만 많아" 라고 하면서

새침하게 학교에 갔지.



회장선거 날에 하교를 하고 집에 오면

멋쩍은 듯,  그냥 무덤덤하게

"나 회장됬어" 라고 말하며 방에 스윽 들어가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네가, 

매일은..아니지만..

그래..아직도 가끔은 

내 품에 안기면서 부비부비 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를 녹이지만...



가끔 발작처럼 하는 너의 행동에

나는 갈기 갈기 찢기듯이 오늘도 마음이 갈린다. 

정육점에 고기를 써는 기계에

나를 넣은듯 마냥

그냥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영재원 가는 날이였는데...

이제 2번 가고 3번째 가는 날인데..




너의 발작이 시작되었구나. 

(미안해, 발작이라고 표현해서) 

언젠가는 네가 영재원에 안간다고 말하겠지..싶었는데

너무 빨리 왔네.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분야고

하고 싶다고 해서

너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선택한 곳인데..



조롱섞인 말투. 

비웃는듯한 말투.

매서운 눈빛.

차가운 시선.




처음엔 참 힘들었는데

이제 여러번 겪다 보니, 

나도 익숙해지네.



사람이란 동물이 그런가봐.

적응의 동물...



이 글을 쓰면서도

지금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데..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와서

"와. 엄마~~엄마~

내가 좋아하는 마라탕이네요. 언제 먹어요? 와~" 하며

환하게 웃고간다.



아침에 그렇게 쌩 난리법석을 떨고선 말야..

바로 몇시간 전에...



그래.

너도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지? 



그래.

너도 네 마음을 모르겠지? 



그래. 

너도 네 감정이 힘들지?



그래.

오늘도 내가 이해해볼게.



졌어. 

내가 졌어. 

이건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란걸..

뒤늦게 깨달은게 후회된다. 



절대 내가 이길수 없는 싸움이란걸

이제 서서히 깨닫게 되었어. 



인생을 늘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왔던 나에게

이런 어두운 부분이 나에게도 있구나...하고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이걸 내가 배아파 낳은

아이로 인해 알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 하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