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죽음의 두려움에 대하여
뇌종양으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전직 요원 '민기헌'(공유)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인 '서복'(박보검)을 비밀리에 이동시키라는 명을 받는다. 서복을 통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안부장'(조우진)의 제안을 수락한 기헌. 하지만 서복을 노리고 있는 의문의 테러범들에 의해 습격을 당하며 순탄치 않은 여정이 시작됨을 느끼게 되는데... 영원히 살 수 있는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과 생에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정반대에 서있는 두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속에 서로를 이해해간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이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 것 같은 영화 '서복'. 예전에도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로 로봇 영화가 많이 나왔었다. 영화를 보기 전엔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비슷한 얘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느낌이 좀 달랐다. 로봇의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과 다르게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복제인간은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았다. 유전자 조작해서 만들었다는 것뿐이지 감정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서복의 대사에서 책 '멋진 신세계'와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가 생각났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역할로 살아야 하는 삶. 존재 자체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태어난 존재.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서복의 모습에서 마음이 아파왔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는 것처럼
영화에서의 시간 '낮과 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줄곧 암흑이었던 민기헌의 삶. 물에 빠지는 환영을 보며 트라우마를 겪는 민기헌의 장면에서 마치 무서울 정도로 커다란 달이 떠있다. 그리고 서복에게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털어놓으며 감정이 폭발하고 해소되는 장면 이후 날이 밝아오며 해가 뜬다. 마치 죽음이라는 두려움에서 해방될 거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새'가 많이 보인다. 새는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는데 서복에게 새란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새는 서복의 자유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게 살아 있다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죽는 게 두려워 살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다'라는 무책임한 대답은 너무 날카로워서 변명 아닌 변명으로 그럴싸한 핑계를 대곤 한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이란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은 왜 살고 있냐고.
영화 중간에 '신의 권력'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은 신의 영역이고 복제인간인 서복은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 같이 보인다. 연구실을 배 안에 만들어 이것은 '방주'라고 말하는 회장. 자신이 살릴 사람을 정하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신에게 도전하려다 타락한 천사 루시퍼 같기도 하다.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인간의 존엄성까지 버리는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거 같아서 더 씁쓸해진다.
SF,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겠다.
영화 '서복'은 서복이라는 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줄평 :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