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좋았던 영화: 남과여
"잊을수록 좋은 기억도 있으니까"
"it's better not to know."
2. 오늘의 좋았던 책: 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 매우매우매우매우 미친듯이 좋았음
3. 오늘의 좋았던 문장들: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중에서
->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조금 어려웠다. 나중에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읽으면 조금 더 와닿을까.
1)
맛은 점점 더 강렬해졌으나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점점 건조해졌다. 프랑스어가 아니라 라오스 언어 중에 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가 있지 않을까.
2)
내겐 아무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자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녀는 부주의한 말들과 의도치 않았던 행동으로 자신이 망쳐버린 관계들을 떠올렸다. 빙하가 녹은 탓에 갈수록 세계는 추워진다던데. 그녀는 애정을 품었던 모든 것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홀로 멀리멀리 어딘가로 떠밀려 가는 것 같았다.
3)
상준은 다른 사람의 처지에 대해 생각할 조금의 여유마저 우리에게서 박탈하는 것은 대체 무얼까 생각했다. 우리로 하여금 끝내 자신의 고통에만 골몰하게 만드는 그것은.
4)
그날 퇴근하기까지 시간은 정말로 더디게 흘렀다. 어찌나 더디게 흐르는지, 퇴근 시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을 땐 겨우 오후 세 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았다.
5)
하지만 나는 가지 않는다.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해가 저무는 창밖을 바라본다. 다음이란 얼마나 쓸쓸한 말인가 생각하면서, 밤의 자락처럼 서서히 다가오지만 돌이킬 수 없음을 돌연 깨닫게 만드는 어떤 끝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6)
"그 아르바이트를 하면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알아요?"
"공짜 영화를 볼 수 있었나요?"
"아니요. 그것도 그렇지만 모든 영화의 결말을 미리 본다는 점이었어요. 영화가 끝나면 문을 열고 손님들에게 출구를 안내해야 하니까 끝나기 직전 상영관 안에 먼저 들어가야 했거든요."
"결말을 미리 알면 나쁜 거 아니에요?"
"그 시절에는 뭐가 그렇게 인생에 불안한 게 많던지, 영화만이라도 결말을 미리 알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나는 해피엔딩인 영화만 골라 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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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나요?"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7)
그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별하고도 한동안 나는 내가 만약 조금 더 가진 것이 많았다면, 미모든 재능이든 박애주의같이 넓은 마음씨든,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내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더 사랑을 받았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나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안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재야 비로소 나는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벌니 그 모든 것들이.
8)
깨자마자 꿈에 대해 남자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여자아이의 커다란 기쁨이었으므로 여자아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어려서부터 꿈속을 헤매다 깨면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고, 누군가에게 그 꿈을 들려주고 나야만 가까스로 현실에 닻을 내릴 수 있었다. 남자아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주는 첫 번째 사람이었다.
즐거웠던 휴일, 안녕!
다음주에도 열심히 읽고 보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