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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꼬기 Jan 01. 2023

230101 소소하게 시작하는 새해

2022년 마지막 날은 엄마, 이모들과 보냈다.

늘 이런 자리에 조카는 나만 가는 것 같다.(...다들 어딨니? 나만 덜 바쁜가...) 

어제오늘의 기록. 


1) 엄마의 선물(to이모)

이걸 굳이 챙겨서 가는 엄마에게 나는 "이런 걸 선물이라고." 했으나 엄마는 "이게 얼마나 예쁜데"로 응수. 나는 다시 "어디가 이쁘지?"로 되받아침. 그러나 엄마에게 타격감 1도 없는 듯. 엄마 눈에는 그저 예쁜 풀...(근데 엄마도 이름은 모른다고.) 


2) 초밥용 회(from이모) 

이모가 초밥해주겠다고 해서 갔는데, 초밥용 회와 스시라이스가 따로 나왔다. 그리고 비닐장갑을 주셨다. 어느 집에 집들이를 갔는데, 이렇게 해서 나왔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니 재미도 있고 맛도 있었다고. 우리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뭐 엄청... 초밥 먹는 느낌은 들진 않았으나 회가 엄청 두툼하니 맛있어서 좋았다. 배불러서 얼마 먹지 못했지만. 

그나저나 밥상에서 어르신 넷(이모3, 이모부1)을 보고 있자니, 나라도 없었으면 이 어르신 넷이서 초밥 만들며 연말의 외로움을 달랬겠구나 생각하니 좀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자매가 있으니 좋구나, 싶기도 하고. 

덧. 이 회는 1kg에 3만 원이라고. 


3) 화투

늘 빠지지 않는 장면.

할머니가 같이 치거나, 옆에서 구경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할머니 정말 그리움.


4) 식혜

내가 이 집안의 유명한 식혜 귀신인데, 어른이 되고나서는 살찔까봐 좀 자제하는 중이다. 아, 근데 너무 맛있잖아. 집으로 갖고 옴. 


5) BYE 내 첫 차.

엄마한테 드렸던 나의 첫 차가, 내 인생의 첫 차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난다. 이 차를 타고 부산도 가고, 서울도 가고, 수원도 가고 정말 전국 곳곳 쌩쌩 달렸다. 떠난다고 하니 왠지 너무 서글펐다. 정말로 서글펐다. 내가 갖고 다니다가 엄마 드린지 꽤 됐지만, 그래도 뭔가 내 한 시절이 끝나는 기분. 이거 중고로 과연 누가 사갈까 싶은데, 내 새끼 어디 멀리 내보내는 느낌이다... 요근래 가장 슬픈 일.


6) 떡국 

육수를 제대로 우려내지 않고 레토르트 사골 국으로 대신하려고 하길래, 과감히 반대하고 집에 있던 미역국에 떡 넣어 먹자고 했다. 엄마는 난색을 표했으나, 새해 첫 날부터 레토르트...비비고 따위 먹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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