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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떡볶이를 먹은 날

[작품(브런치북) 외 나의 일상]

by W하루 Feb 26. 2025

백수의 특권은 평일 오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예전부터 너무 가보고 싶었던 떡볶이 집을 드디어 방문했다.


별도 영업시간은 나와있지 않았고, 재료소진 되면 닫으신다고 해서 약간 긴장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너무 긴 웨이팅은 하고 싶지 않아 살짝 애매한 시간인 오후 2시 조금 넘어서 방문했는데, 무려 평일인데도 20분 정도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다.


연세가 많으신 사장님께서 혼자 운영하고 계셨고, 커다란 팬에 만드신 떡볶이가 다 팔리고 나면 새로운 떡볶이를 받기까지 약 2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딱 1인분만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20분을 더 기다리는 것은 어려워 1인분에 달걀만 추가했다.



소문대로 양이 정말 많았고, 떡볶이 1인분에 달걀 4개는 둘이서 먹기 충분한 양이었다.

살짝 달고 "습습"거릴 정도로 매운데, 기분 좋게 맵고 떡도 부드럽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닌데, 뭔가 되게 특별했다.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를 먹은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웨이팅을 감수하고도 재방문하고 싶은 맛)


동네 단골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았다. 좁은 가게에서 서로의 대화가 들릴 수밖에 없었고, 한 손님께서 사장님의 건강을 물어보셨는데 사장님의 답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나이가 드니 당연히 눈도 침침하고 몸도 아프지. 그렇지만 다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사는 거야"


지금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사는 것.

참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떡볶이를 먹는 중에 있었던 한 가지 더 행복한 썰을 풀자면, 전 회사 선배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내가 최근에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교재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매달 월급 타면 우리 백수를 위해서 뭐라도 힘이 되어야지 마음이 편함"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너무 감사하고 감동이었다. 저 꼭 붙겠습니다!


암튼 우리는 2인분을 먹으러 간 건데, 1인분만 먹어서 괜히 허전한 것 같아 근처에서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이 또한 역대급이었다. 붕어빵이 엄청나게 바삭바삭했다. 뭐야 이 동네 왜 이래? 너무 좋잖아.

(참고로 붕어빵은 내가 생각하는 겨울철 최고의 제철음식이다.)


행복은 별거 없다.

맛있는 떡볶이, 맛있는 붕어빵, 선배님의 응원과 사랑, 평일 오후에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가 줄 친구가 있다는 것, 햇살 가득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실없는 수다.


이 정도면 백수의 꽤나 훌륭한 하루가 아닌가 싶다.

(오전에는 알바도 했고, 밤에는 공부와 운동을 할 예정이다! 인생이 풀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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