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에 뛰어든 시작
10주년. 그것은 브런치가 걸어온 시간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 여름, 막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오래 글을 써온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가끔 시를 적거나 일상에서 짧은 기록을 남기던 정도였다.
글을 잘 쓰지도 못했고, 작가라는 이름은 늘 나와는 먼 자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브런치라는 공간 앞에서 나는 숨을 고르듯 글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먼저는 내 안의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1을 시작한 해가 플랫폼은 10을 맞이한 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운명 같기도 했다. 숫자 10은 완성과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한다.
0에서 다시 1로 이어지는 순환, 나는 이제 막 첫 호흡을 내뱉었지만 동시에 더 큰 흐름 속으로 들어온 셈이었다.
숫자는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삶의 리듬 같다.
1은 시작을 의미이며 존재의 선언이기도 하다. 나도 글을 쓰며 “나는 여기 있다”라는 마음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냈다. 2의 숫자로 보는 의미 관계는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일 때, 그것은 더 이상 혼자의 언어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들어 함께 숨 쉬게 되는 순간이었다. 숫자 3의 의미로 이어지는 창조와 표현, 내 안에 있던 말하지 못한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내 다시 빚어내는 과정이었다. 그건 고단한 일이지만 동시에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숫자 4, 기반을 뜻하며 몸과 마음을 단단히 세워주는 숫자이다. 나는 매일 수련관에서 호흡을 고를 때면 글을 쓰는 마음과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숨은 내 삶을 지탱하는 길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바퀴가 된다. 시작하는 단계지만 하나의 글이 만들어지려면 작은 호흡들이 쌓여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변화와 도전을 의미하며 이어지는 숫자 5는 아이 둘을 키우고,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무게를 견뎌오며 나는 늘 예기치 않은 변화를 맞아야 했다. 그때마다 내 안의 목소리를 지키려고 기록하기도 했고 때론 잊기 위해, 때론 희망을 찾기 위해 그냥 긁적였던 적도 있다. 그렇게 쓴 글이 결국은 나를 지켜준 방패였고 다시 나아가게 한 발판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나는 엄마이고, 아내이고, 또 나 자신이기도 하다. 글은 이 모든 정체성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였다. 숫자 6, 책임과 사랑이라는 의미로 이어진다. 그리고 연결되는 내면의 탐구의 의미인 7은 내가 여전히 완성으로 가는 흔들림에 힘겨워할 때도 글을 쓰며 조금은 천천히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잠시 멈춰 호흡을 느끼듯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확장과 풍요를 뜻하는 8의 숫자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내 글은 세상에 미약한 파동조차도 만들지 못하지만 언젠가 그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며 ‘숨이 좀 트인다’고 말하는 것, 그 한마디가 내겐 가장 큰 풍요다. 그렇게 완성과 봉사를 의미하는 9가 되고 언젠가 한 사이클이 끝났을 때, 나는 내가 걸어온 시간을 글로 남기고 싶다.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길잡이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완성과 시작을 의미하는 10이라는 숫자, 브런치의 10주년과 나의 1년 차가 함께하는 올해, 나는 또 한 번 질문을 마주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은 무엇일까.
답은 단순하다.
멈추지 않고 쓰는 것.
꾸준히 호흡하듯 글을 이어가는 것.
쓰는 동안만큼은 다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게 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브런치가 걸어온 10년, 그리고 내가 비로소 시작한 작가의 꿈
이 두 시간이 나란히 흐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