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는 그때 없었다

존재했지만 머문 적 없는 나

by 원화 혜정


기억이란 게 참 그렇다.
있는 것 같다가도 없고,
지났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너는 알까?

살아는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그 느낌을.


어릴 적 나는

세상에 속하지 못했다.

학교도, 친구도, 가족도

무엇 하나 내 것이 아니었다.


---

여덟 살 여름,

비가 며칠째 계속 내렸다.


오빠와 나는

네 잎클로버를 찾으러 나갔다.


집 앞 공터에 앉아

젖은 풀잎 사이를 뒤적이는데,


노란 우산을 쓴,

노란 우비의 언니가 다가왔다.


"뭐 해?"

언니가 물었다.


"네 잎클로버 찾아요."


언니는 나와 함께

풀잎을 뒤지며 웃었다.


"니는 누구랑 얘기하노?"

오빠가 물었다.


"언니랑… 여기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오빠는 가끔

그날의 이야기를 한다.


"너랑 같이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 언니의 얼굴과 미소를 기억한다.


---

엄마는 나를 데리고 무당집을 다녔다.


"신을 부릴 아이는 아니고,

영이 맑은 아이다."


칭찬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얇은 벽 하나 사이에 있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딘가에 떠 있는 그런 존재였다.


---

아홉 살, 여름이 오자

얼굴에 붉은 반점이 올라왔다.


고름이 차고,

손댈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얼굴의 고름은 점점 더 퍼졌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약국에서

마법처럼 나았다.


지금도 남아 있는

작은 곰보 자국 하나.


세상이 찍어놓은

나의 존재 증명.


---

나는 달리기를 좋아했다.


작고 약했지만,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손등엔 항상 '1등'이 찍혀 있었다.


바람은 유일한 내 편이었다.


달릴 때면

바람보다 빠르다고 느꼈다.


그 몇 초 동안만큼은

나는 세상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

혼자였지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흐릿한 믿음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길 하나가

늘 조용히 나를 지켜줬다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알겠다.




다음 편,

〈결핍과 갈망의 시간들〉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1. 출발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