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핍과 갈망의 시간들

by 원화 혜정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나는 방학마다 돈을 벌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집이 죽을 만큼 가난했던 것도 아니지만..


엄마, 아버지에게 용돈 달라는 소리를 하기 싫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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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접는 일부터 신발 밑창 붙이기,

접시를 깨고 와이셔츠를 접는 일 등..


나는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던 것 같다


엄마의 어깨너머로 보아두었던 미싱 사용법은

나의 수입에 큰 일조를 하였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쉼 없는 삶을 택했던 것 같다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 모든 일의 시작은 단 하나,


내돈내산

학교 앞 쫄면 한 그릇에서 출발했다.


이게 내 첫 ‘경제적 자립’이었다.


생각해 보면

젖배를 곯던 어린 날의 기억 속에서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고 싶다”는 욕망이

무의식으로 굳어진 모양이다.


입안 가득 스며든 매운 기운은

단순한 중학생의 허영이 아니라,

내 안 어딘가에 박힌

‘잊혀진 구강기’를 소환하는 구원 같았다.


친구들은 내게 묻곤 했다


“넌 왜 인기가 많은데, 누구를 사귀지 않냐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남자들과의 ‘거리’를 견딜 용기도,

그 ‘거리’를 좁힐 호기심도 없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시선은

조금의 스침에도

칼날처럼 날카롭게 내 마음을 벨 거라는 두려움에...


그때 친구와 나는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는지

매일 술을 마시고 방황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술이 취한 적이 없다

아니, 취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거절이나

누군가의 뒷말이 두려웠다..


'너는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아마도 이 말을 들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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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였던 친구가 카드대금 때문에 힘들어했다.

ATM 앞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친구에게 줬다


그게 내 경제적 불행의 씨앗이 되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경험은

내 출발선을 지나

어딘가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허기를 견디고,

두려움에 숨 쉬기가 힘들었으며,

관심과 사랑을 향해 “아니요”라고 외쳤던 시간들.


그 길목 위에서

나는 어쩌면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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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마침내 그 ‘다른 누군가’를
눈앞에서 보게 될 이야기로 넘어간다.


거친 바람 속에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나에게
이제는 조금 덜 외로운 시간이 다가올 테니까.


4편 예고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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