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숫자에 홀린다

by 원화 혜정

《프롤로그》

이건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기억의 언어’에 관한 이야기다.

1111, 1212, 2222, 그리고 0000. 숫자가 반복될 때, 누군가가 당신을 부르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나는 도로레스 캐넌의 QHHT(Quantum Healing Hypnosis Technique, 양자치유 최면기법)와 그녀가 말한 ‘엔젤넘버’ 개념에서 착안해 이 소설을 썼다.

이것은 ‘진짜 이름’을 되찾는 한 사람의 기록이며, 어쩌면 당신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코드번호: 1111]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각.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각. 오전 11시 11분,
이나의 핸드폰이 홀로 켜졌다.



오전 11시 11분.

정확히 그 시간에, 이나의 핸드폰이 혼자서 켜졌다.

알람이 울린 것도, 전화가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숫자가 스스로 나타난 것이다.

화면엔 이렇게 떠 있었다.

[11:11]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각

“또야...”

이나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화면을 껐다.

그런데 왠지 꺼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화면 속 숫자가 꺼져도,

그 숫자가 자기 눈 안에서 계속 깜빡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누군가 숫자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

숫자가 나를 ‘지켜본다’는 건, 뭔가 잘못된 말일까?


회사에선 무표정하게 하루를 견뎠다.

오전 회의, 수정 요청, 피드백, 말도 안 되는 요구들.

하지만 오늘은 집중이 안 됐다.

계속,

계속,

11:11

그 숫자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점심시간, 이나는 혼자 카페에 앉아 블로그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주 쓰는 아이디 ‘엔젤링’으로 로그인해 보니,

예약된 글 하나가 떠 있었다.

제목: [Angel Code: 1111]
너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야.
너는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야.

이나는 손가락이 저릿해졌다.

이런 글, 쓴 적이 없다. 예약도 안 했다.

불길한 마음으로 클릭했을 때,

글 내용은 텅 비어 있었다.

단 한 줄을 제외하곤.

댓글 (1)
익명: 보고 있어요. 1010.

보고 있어요.

그게 왜 이렇게 섬뜩하게 들리는 걸까?


밤이 되었다.

이나는 아무 말 없이 거울 앞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11:11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알람은 설정하지 않았는데,

핸드폰은 정확하게 다시 켜졌다.

이번엔 숫자만 뜬 게 아니었다.

[11:11]

접속 중: 리아

리아...?

누구야, 넌?


---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린 순간,

거울 속 이나의 눈이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다른 사람의 것처럼’ 보였다.

자신인데, 자신이 아닌 눈.

누군가가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

그리고 이나는 깨달았다.

이건, 시작일 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