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동언니 Jan 21. 2020

소비? 절약? 돈이 주는 즐거움에 대하여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래, 내가 돈이 모잘라서 그 행복을 모르는거 일수도!

물론 내가 많은 돈을 소유해본 적이 없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엄청난 행복에 대해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으나 내가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나를 생각해봤을 때 나는, 소비보다는 절약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 듯하다.


그렇다고 소비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러기에는 옷이나 가방이나 이런 물건들이 없는 편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서) 소비가 주는 즐거움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고, 많이 고민한 후 안 쓰는 쪽으로 대부분 결론을 내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좋다.


여러 식자재를 사서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보는 과정보다는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남김없이 음식으로 만들 때 더 큰 쾌감을 느끼고, 새로운 아이템을 사서 택배로 받아보거나 쇼핑백에 담긴 채 건네받을 때보다는 누가 안 입는다는 옷을 받거나 잊고 있던 아이템을 장롱 깊숙이에서 찾아내 활용했을 때 더욱 즐겁다.


맥시멀리스트인 엄마 밑에서 성장하면서 굳이 사지 않아도 충분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본인은 물론 자식들에게조차 뭐 사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빠의 피가 내 안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이렇게 자랐기 때문에 소비와 연결되는 사업 아이템은 나와 잘 맞지 않은 듯하다. 이것저것 많이 사본 트렌드세터나 얼리어답터는 그 흐름을 잘 잡아내고 사업으로 착근시킬 수 있을 텐데 나란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뭐를 좋아하고 어떤 물건에 지갑을 여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경험을 파는 쪽에 더 관심이 간다. 옷을 사는 것보다는 몸을 다지는 게, 화장품을 사는 것보다는 피부관리를 받는 게,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나는 좀 더 좋기 때문에 그런 체험을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판매하고 싶은 것이다. 근데 그래서 그 팔고 싶다는 구체적인 경험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그걸 알았으면 내가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겠냐구요.

작가의 이전글 동해 묵호항::마음이 답답하고 힘들때는 혼자 떠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