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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동언니 May 23. 2020

직장인의 투잡 일기:: 공유공간(주방, 서재 등) 운영

정부지원사업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공유공간 운영하기

우리 의정부집은 5층이고 3~4층에서는 부모님께서 스터디센터를 운영 중이다. 4층은 전체를 사용하고 3층은 반만을 리셉션•로비?로 이용해 나머지 반은 휑한 창고로만 활용되고 있었다.


정말 그냥 창고로만 쓰이던 공간


이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늘 하던 중, 공유공간이나 공유 프로그램처럼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에 꽂히게 됐다. 동해 103lab 게스트하우스의 캐쥬얼다이닝에 참여해보고 여러 콘텐츠를 접하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가족만으로는 기존에 가족이라는 사회체계가 일임하던 기능이 해소되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사로 촘촘히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나라는 국민 나부랭이가 이 정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으면 당연히 많고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정부에서도 정책적 지원체계를 마련해놓은 것이 당연했다. 실제로 지자체별로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었고 범람하는 모임 활동에 대해서도 나는 현대사회의 가족체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은 우리 DNA 속 연결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 생각했다.


무튼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아 3층... 잘 활용해보고 싶다... 이 건물을 문화복합센터로 탈바꿈해서 3층에는 공유주방이나 서재를 만들고 지하에서는 운동센터 같은 거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몸이 근질근질해진 나는, 인테리어 업체들과 미팅을 하고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들과도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초기비용이 적은 사업은 아니었고 또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었지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그러니 선뜻 내가 모아둔 돈을 투자하거나 부모님에게 "나를 믿고 투자해봐!"라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왜 그랬는지 생각도 안 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도청 홈페이지에 접속할 이유가 정말 없는데 내가 어지간히 심심하긴 했었나 보다) 그리고 딱! 발견한 거다,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대해 접수를 받는다는 공지문을. 심지어 바로 두 시간 전인가에 게재된 포스팅이었다. 보자마자 막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아 이건 신청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기도 통계자료와 도감 등을 확인하면서 제안서를 써내려갔다. 당시 연애도 막 시작하고 있었을 때라 회사 일하라 연애하라 나름 공사가 다망했지만 새벽까지 열심히 작업했다. 회사 일하면서 야근하거나 철야를 하면 짜증이 나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마냥 재밌었다.


나는 의정부시에 거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엄마를 중심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고 엄마도 내가 그리고 있는 방향에 대해 깊게 공감하며 전체 지원금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추가 자기부담금을 지출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 주셨다. 그래서 제안서가 특출나게 좋았다거나 엄마의 발표가 엄청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높은 자기부담금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리를 하든 커피를 마시든 행복해지는, 나에게는 그저 힐링의 공간이다


지금 이 공간은 제안서에 작성했던 대로 엄마를 중심으로 한 주부들의 프랑스자수 및 요리 공간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고, 이 지원사업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대여해 모임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물리적으로 멀리 있기 때문에 공간이 마련된 후에는 마음이 떠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시 아쉬운 마음에 의정부집으로 이사를 들어가고자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퇴근 후에 그 공간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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