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니까 소중한 거다

지는 꽃을 보고 있으면 아프다

by James Kim






“변화하니까 덧없는 것이 아니고,

변화하니까 소중한 거다.

늙어 가니까 꽃이 시드니까

그렇게 변해가니까 소중한 거다.

영원한 것들은 가치가 없다.

벚꽃이 질 때쯤 되면 질 것을 안다.

그래서 서둘러 꽃 보러 가는 거다.

우리 모두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거다.

누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조화(造花)로 살길 원하겠는가.

일출이나 일몰은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니까 가치가 있는 거다.

‘절대적’이라고 자임하는 모든 진리는 무가치하다.”


- 강신주 ‘생각과 말들’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애타게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는 잡을 수도 없고 또 붙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듯이 늘 안타깝다. 기억은 형태를 잃어갈수록 오히려 또렷해지고, 지나간 순간들은 현재보다 더 깊은 자국을 남기고 지나간다.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대상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삶이란 붙드는 일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들 속에서 기꺼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순간, 사라짐마저도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과정과 의미로 다가온다.


그때부터 우리는 더 이상 변화와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머무는 것보다 스쳐 가는 것들에 마음을 열고, 끝을 알기에 지금의 순간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된다.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운명이 지금을 더욱 충실하게 만든다. 그래서 삶은 완성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나가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또렷이 느낀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이 늙어 가서 병이 들고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한 인생의 잊힘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가만히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것을.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로 머무르지 않고, 성장하고, 활동하고, 병들고 늙어 가면서, 퇴화하는 변화 속에서 바뀌어 가는 자신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존재란 영원히 한 상태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달라지며 스스로를 바뀌어 가는 변화 속에서 남는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부르는 이 순간 또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영원불멸의 순간이 아니라, 흘러가며 스스로를 지워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과정일 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는 현재의 대상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 삶의 존재 의미는 오히려 변화와 사라짐의 경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완전함이나 영원성은 더 이상 인간 가치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유한하며, 끝을 향해 나아가다 결국은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야말로 존재를 가장 선명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삶은 어떤 목적지에 도달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하고 소멸시키며 천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역설 속에서 비로소 성립한다.


이때 우리가 자연스레 알게 되는 사실은 사라진다는 것은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잠시 머물다 떠나고, 그 떠남 속에서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변한다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종종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추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아끼는 사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미 흐르고 있다. 안타깝게 붙잡으려 할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이 비워지고 포기하는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을 온전히 경험하는 일에 가깝다.


시간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조금씩 분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시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스스로가 되어 간다. 늙어 가고, 변해가고, 사라져 가는 그 모든 과정이 바로 ‘나’라는 존재의 모습이다.

그래서 삶에는 완성된 순간이 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불완전하고,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사라짐을 피하지 않을 때, 우리는 삶을 더 깊이 긍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게 된다.


모든 것은 머물지 않는다. 피어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자꾸 붙잡으려 한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붙잡으려는 마음이 클수록, 사라짐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변하는 것을 변하는 그대로 두고, 떠나는 것을 억지로 붙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흐름과 다투지 않게 된다.

사라짐은 잃어버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리의 과정이다. 하나의 모습이 다하면, 다른 모습이 이어진다. 우리가 그것을 막지 않을 때, 삶은 훨씬 부드럽게 이어진다. 집착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순간은 더 또렷해진다.

결국 삶이란 무엇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잠시 스쳐가는 것들과 함께 머무는 일이다. 그리고 머무름조차 오래 붙잡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흐름 속에서 평온해지는 방식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머물지 않는다.

꽃이 피고 지는 일처럼 사람의 일도 다르지 않다.

붙잡으려 하면 괴로움이 생기고,

놓아버리면 이미 지나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도 머물지 않는다.

머물지 않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잡으려 하지 말고, 밀어내려 하지도 말라.

그저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라.

그때 마음은 욕심이 사라지며 조용해지고,

삶은 스스로 그 가치를 드러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부드럽게 살았을 것이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상처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남들보다 너무 빠르게 피어버린 벚꽃이 바람에 먼저 스러지고 있다.

먼저 피는 꽃이 먼저 떨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는 꽃을 보고 있으면 아프다.



Monday, April 6t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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