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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Jul 20. 2020

문제 해결 능력? 뭘 알고 싶은 건데?

'문제 해결 능력'은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라는 단어의 의미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의 속뜻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연습문제가 너무 어려워',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 '문제가 생겼어'와 같은 문장에서 '문제'의 의미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직무역량에서 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의 '문제'는 구체적 의미가 또 다릅니다.


문제의 뜻이 다양해서 문제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반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에 대한 이해는 중요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문제, 즉 해결해야 할 핵심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 이에 대한 직무 교육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저도 교육을 받았었는데,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기서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확히 대답한 교육생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문제 해결 능력 측면에서의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직무역량에서 말하는 '문제'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상황 바람직 상황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상황이 별다르지 않다면 '문제가 없다'라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미 목표에 미달했거나, 이대로 가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될 때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현재 상황이 바람직한 상황으로 전환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정의를 설명할 때 자주 보게 되는 이미지입니다. (출처 : 직접 작성)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면접 상황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제가 자주 활용하는 질문입니다. 


당신이 볼펜 공장 생산라인을 관리하는 생산관리자이다. 내일까지 100개의 볼펜을 A사에 납품해야 하는데 생산공정의 마지막인 볼펜 조립 기계가 고장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잠시 멈추고 본인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시죠. 쉽게 해결책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주어진 정보가 부족해서 답을 찾기 어려운가요? 이 질문을 여러 취준생에게 물어봤지만, 아직까지 기대했던 답변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퀴즈에 답을 맞히는 식으로 한 가지 해결책만을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생각해 낸 답이 정답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은 정답이 하나인 퀴즈가 아니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하나의 정답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접하던 문제라면 암기한 공식과 문제에 주어진 제한 조건을 이용하면 모범 답안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문제는 어떤 공식을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resources)과 제약조건(constraints)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결책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해결책을 생각하기 전에 이 상황에서 문제를 정리해 보죠.


이 상황에서 문제는 무엇일까요? 조립기계가 고장 난 것? 기계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면 기계를 고칠 시간이 촉박한 것? 이 모두 문제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문제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죠. 여기서 현상은 사용하던 조립기계가 고장 나서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목표, 즉 도달해야 하는 상태는 볼펜 100개를 예정대로 납품하여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 사이의 갭이 바로 문제이고, 이 차이만 좁힐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나면,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히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교에서 풀었던 문제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1. 기계를 고치는 것 (다른 방법이 있다 해서 이 방법이 해결책이 안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2. 납기 여유가 있는 다른 재고를 차용

3. 고객에게 납기 연장을 요청

4. 공장 내 다른 기계를 이용

5. 외부 업체에 조립을 의뢰

6. 직원을 동원해서 수작업으로 조립

7. 시장에 판매 중인 제품을 구입해서 납품

8. 새 기계 구입

(혹시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 부탁합니다.)


주어진 자원과 제약 조건에 따라서 최적인 해결책이 있을 뿐, 한 가지 해결책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들으면 '활용 가능한 추가 정보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야 합니다. 그런 정보가 없는 면접에서라면 '가용 자원과 제약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그에 따라 결정하겠습니다. 예를 들어...'라는 형식의 답변이 실제 문제 해결 과정과 유사합니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사회초년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충분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가지 해결책에 꼽혀서 추진해 가는 것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경험 많은 상사들이 이런 대안은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바로 무너집니다. 이렇게 여러 번 깨지고 나서야 문제를 마주했을 때 주어진 환경에 대한 다각도로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난감해하는 취준생들을 위해 실무에서의 문제 해결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모쪼록 면접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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