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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Feb 26. 2020

면접관은 뭘 알고 싶은 걸까?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은 면접에서도 통합니다

면접관이 확인해야 하는 지원자의 핵심역량은 업무능력, 협업능력, 신뢰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아는가' 그리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으로 풀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충족되었다고 나머지 하나는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한 사람을 상상해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면접관은 어떻게든 이 핵심역량을 확인하려 하지만 지원자들이 이미 알려진 질문에 답변을 미리 암기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준비된 답변 뒤에 숨겨진 지원자의 본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면접관들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거죠.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 같습니다.


이렇게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습니다. 그보다 면접관이 알고 싶은 핵심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효과적인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면접관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이해하고,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유효한 답변입니다. 면접에서는 실수를 안 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서류 전형이 탈락시키기 위한 과정이라면, 면접은 합격시킬 근거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이 알아내고 싶은 핵심을 이해하는 것은 면접을 준비의 시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핵심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은 면접에서도 통합니다.


1. 업무능력 :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채용 과정에서 확인하려는 '업무능력'을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지원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지원자들은 채용만 되면 당장이라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어필합니다. 그 근거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유사 업무 경험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면접관은 없습니다. 직장생활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인턴 몇 개월 해봤다고 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압니다. 그리고 신입사원에게 그런 능력을 기대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내는 신입사원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럼 지원자에게 확인하고자 하는 업무능력이란 무엇일까요? 해당 직무를 배워서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관련된 (전공) 지식이나 자격증이 있고, 적성에 맞다면 '업무능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면접관이 판단하기에 저 지원자는 일을 배워서 실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근거가 되는 거죠.


따라서 지원자들은 본인이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창한 경험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소한 개인 이야기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면접관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이를 알기 위한 대표 질문은 '지원동기'나 '지원 직무를 위해 노력한 점'이며, '기억에 남는 과목과 이유', '전공 이외의 관심 분야'와 같은 질문도 관련이 있습니다.


2. 협업능력 : 사람들과 어울일 줄 아는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능력이라 할 것도 없는 기본기 같지만, 어느 조직에나 '같이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것도 꽤 많습니다. 오죽하면, 어딜 가나 일정 수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직장 유머가 있을 정도입니다.


허용 수준을 넘어서는 또라이는 어느 조직에서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직은 협업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협업 분위기를 깨뜨린다는 것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팀원을 선발할 때 업무능력과 협업능력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협업능력을 선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부족한 업무능력은 업무 분장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협업 분위기가 무너진다면 다른 팀원의 역할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접관의 중요 임무 중 하나는 이런 '또라이'를 걸러내는 것입니다. 이와 밀접한 대표 질문이 '협업 경험'이죠.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최소한 또라이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조별 과제 조장으로서 비협조적인 조원들의 협력을 끌어내어 과제를 완수했다'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답변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런 조장이 '또라이'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조기 축구회 회장을 몇 년째 맡고 있다는 답변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라이'에게 회장을 계속 맡기는 모임은 드물 테니까요.


3. 신뢰도 :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

기업 조직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렴풋이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특징을 구체화하기 위해 취준생 대상 강의에서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사업을 한다면, 
내 친구 중에서 채용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
그리고 그 친구를 선택한 이유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 바로 그 친구의 이미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특징입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쉽게 설명할 수 있죠. 이런 친구들은 대체로 '약속을 잘 지킨다', '책임감이 있다', '어려운 일에 먼저 나선다'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하는 것은 면접관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능하다면 모두 이런 사람으로 채용하면 좋겠지만, 모든 지원자가 그렇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와 관계된 질문은 '기업의 가치체계와 본인의 연관성', '고난 극복 경험' 등이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태도입니다.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욕심으로 꾸며진 답변을 한다면 신뢰도 점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진솔한 답변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요. 만약 다른 편한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그 답변은 진솔하다 할 수 없습니다. 




면접관이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면접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적은 글입니다. 스크립트를 준비하기 전에 면접관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모쪼록 이 글이 취준생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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