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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Mar 05. 2020

자소서든 면접이든,
두괄식 답변이 유리한 이유

성공적인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

자소서든 면접이든 두괄식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을 겁니다. 결론이나 핵심 메시지를 먼저 말하는 화법이 내용 전달에 유리하다는 얘긴데,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지원자는 많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고는 있어도 실제로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학교 시험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채점자가 답안을 끝까지 확인하고 정답이 포함되어 있으면 점수를 줍니다. 반면 인사 담당자는 지원 서류나 면접 답변을 끝까지 다 검토할 시간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사 담당자들은 두괄식 화법에 익숙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직장인들은 연차가 쌓일수록, 핵심이 바로 나오지 않는 화법을 참지 못합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부하직원의 주저리주저리 답변을 끝까지 들어주는 상사는 단 한 명 겪어 봤습니다.) 


직장인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닙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는 상사의 독촉을 듣다 보면 조금씩 화법이 바뀝니다. 어느덧 대리쯤 되어서는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요점만 빨리 말해봐
결론부터 말하라고!


그래서 출장이나 회의 후 '어떻게 됐어?'라는 질문은 최종 결론을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많은 신입사원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일어났던 일을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반면 '짬밥'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최대한 간단히 결론을 말하고 부연 설명을 이어 갑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 여러 번 깨졌습니다.)


보고서나 품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야 가능한 분량을 늘리기 위해 애쓰지만 회사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상황 파악과 결정에 필요한 핵심 내용만 포함되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문서도 가능한 한 장, 길어야 두 장 이내로 만들라는 내부 지침을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소서든 면접에서든, 핵심 메시지를 먼저 대답해야 의사소통능력의 기본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다시 다루겠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데 문제없는데?'는 의사소통능력이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두괄식 답변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질문의 형식을 단답형 질문과 스토리 답변형 질문으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단답형 질문은 대부분 의문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의문사에 직접적인 대답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합니다. 간단한 예로,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이순신 장군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답변해야 합니다. '강한 추진력과 유비무환의 정신 때문에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 이 대답은 '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나요?'의 답변입니다. (의외로 이런 지원자가 많습니다)


스토리 답변형 질문은 경험, 의견, 계획, 해결책 등을 묻는 질문입니다. 단답형으로 답할 수 없기 때문에 답변하고자 하는 내용을 요약하는 문장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평가자는 이 문장을 통해 앞으로 듣게 될 내용의 전체 윤곽을 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부연 설명이 그 윤곽 안에서 정리되므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핵심이 뒤에 나오는 답변은 결론이 나올 때까지 'So what?'라는 의문이 계속되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죠.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졸업 후 A사 설계실 인턴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실무 경험이 없어서 어려웠는데... (중략) 선배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기술 자료를 주말에도 스터디해서... (중략) 설계업무에서 필요한 역량과 설계 공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미괄식의 답변의 예입니다. 읽는 동안 '인턴을 했는데 뭐?'라는 의문이 글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습니다.


A사 설계실 인턴 경험을 통해 설계업무에서 필요한 역량과 설계 공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무 경험이 없어서... (후략)

▲ 같은 내용으로 두괄식 답변입니다. 뒷부분을 빠르게 읽어도 윤곽을 기억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두괄식이 좋은 글의 요건이라서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채용 과정에서 유사한 답변을 반복적으로 접해야 하는, 그리고 핵심을 먼저 말하는 화법에 익숙한 인사담당자의 입장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점은 채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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