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May 05. 2020

'지원동기'가 가장 어려운 이유

취준생들이 가장 어렵다는 항목이 지원동기입니다. 각자 상황은 다르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진정한 지원동기가 없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솔직히 진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돈 벌려고 취업하겠다는데 다른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본심이 이러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일에 대한 동기가 없는 것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만 확보된다면 하던 일을 때려치울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겁니다. (아니, 사실은 대다수일 겁니다.)


게다가 '지원동기'와 '취업동기'를 혼동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우리 회사를 (또는 이 직무를) 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왜 취업하려 하는가'로 오해하니까 '생계 해결'이라는 원초적인 답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돈 벌려고 취업하려는 것을 채용 평가자가 모를 리 없습니다. 분명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따로 있습니다.


우선, 지원동기는 회사 지원동기직무 지원동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각 풀어쓰면, "다른 회사 말고 왜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습니까?"와 "다른 일 말고 왜 이 일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두루뭉술한 답변은 의미가 없습니다. 굵은 글씨로 강조한 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평가자가 납득합니다.



1. 먼저 회사 지원동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질문은 연인들이 흔히(?) 묻는 '너는 내가 왜 좋아?'라는 질문과 유사합니다. 다른 사람 말고 나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를 듣고 싶은 거죠. 이 질문에 '솔로 탈출하고 싶어서'라던가 '더 잘난 사람은 나를 안 받아 줄 거 같아서' 같이 답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내서라도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애쓸 겁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논외입니다.)


회사 지원동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회사도 많은데 특별히 우리 회사를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겁니다. 이 질문에 '어디든 취업해야 해서요' 또는 '더 좋은 회사는 못 들어갈 거 같아서요'라는 솔직한 심정은 당연히 도움이 안 됩니다. 취업과도 거리가 멀어지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꼼꼼히 따지는데, 하물며 직장을 선택하는데 무작정 취업하고 보자는 식으로오래 근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회사도 조기 퇴사자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럴 사람을 가려내고 싶은 겁니다.


그나마 회사 지원동기는 직무 지원동기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지원한 회사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를 골라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됩니다. 그 회사만의 기술력, 기업문화, 경영철학, 사회공헌 등과 같은 내용이죠. '(제가 희망하는 직무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이러저러한 점을 중시하는 ○○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풀어가면 무난한 답변이 됩니다. 설사 외부에 알려진 회사의 강점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감점시킬 평가자는 없을 겁니다.


한 단계 더 심도 깊은 회사 지원동기를 찾고 싶다면 현직자를 만나야 합니다. 그 회사의 현직자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느끼지만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강점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숨은 저력, 남다른 조직 문화, 다른 회사에 없는 가치관 등입니다. 이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런 강점을 찾아내어 지원동기에 활용한다면 흔해 빠진 답변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피해야 할 회사 지원동기는 '지원 회사의 급여(또는 복지)가 업계 최고니까'라는 식의 답변입니다. 이런 답변을 하는 지원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기 딴에는 그만큼 회사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겠지만, 더 좋은 근무 조건이 있으면 바로 이직할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답변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IR자료나 뉴스 기사를 나열하는 답변은 진정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2. 더 어려운 문제는 직무 지원동기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일 말고 지원한 직무를 선택한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다들 입밖에 내지 못하는 솔직한 답변은 '어쩌다 선택한 전공이 □□라서' 또는 '그나마 내가 할만한 일이 그거라서'가 아닌가요? 혼자만 그런 건 아닙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확신해서 직무를 선택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잘못된 결정인 경우도 많고요. 어쩌면, 직무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직무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원자가 넘쳐나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직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취업해서 맡게 될 '직무'를 정말 원해서 지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질문을 바꿔서, 그 많은 취준생들이 안정성과 연봉이 아니어도 그 '직무'를 지원할까요? 아마 대다수가 아닐 겁니다. 사실, 합격만 된다면 '직무'가 무엇인지는 관심 대상도 아니지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돈 벌어야 하는 이유 말고 그 직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지원동기가 있을 리가 없고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겁니다. 



직무 지원동기의 핵심은 자기 분석직무 분석을 통해 찾아낸 '내가 그 직무에 적합한 이유와 근거'가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풀어서 말해서, '자신의 강점과 입증 경험''지원직무에 필요한 핵심 역량'확실히 알고 있다면, 화려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그 직무를 지원한 동기와 기여 방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은 크고 작은 경험, 타고난 성향,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강점을 물으면, 다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강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합니다. 언제든 어렵지 않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나온 오해입니다.


사실은 강점을 발휘하는 일이라도 매번 어렵고 어쩔 때는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정작 스스로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늘 긴장되고 그래서 더 연습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강점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스스로 잘한다고 인정하는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거기서 강점을 찾으려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쉽지만 다시 해보고 싶다'라거나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라는 일이 강점이 발휘되는 경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데는 능숙합니다. 본인이 주변 사람들의 강점과 약점을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다른 사람들도 본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무분석은 현직자를 직접 만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현직자는 말 그대로 현재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피상적인 직무 내용은 회사 홈페이지나 서적을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직무 이야기는 현직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직무에서 중요한 역량, 현실적인 고충, 필요한 자세 등. 다시 말해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와 핵심 과제를 알아내면 자연스럽게 직무에 대한 열정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단념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직자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선정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복수의 현직자를 만나는 것이 좋지만, 어렵다면 다른 인터뷰 자료를 통해서 취득한 정보를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찾아낸 직무 내용과 자신의 강점을 연결하면 자연스럽고 강력한 직무 지원동기가 완성됩니다.


자기분석과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 지원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디더라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 뿐 아니라, 덜 불행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취업 관문에서 마주하는 '지원동기'는 스스로 찾으시길 바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