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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Jul 07. 2023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찾는 방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첫 직장에서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다. 스스로 원하는 전공을 선택했고, 그에 맞는 직장에 들어갔지만 실제 업무는 다른 문제였다. 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제품 결함의 원인을 밝히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사람들의 잘못을 들춰내고 책임을 따지는 일도 포함되었다. 논쟁 상대가 외부 회사인 경우는 더 치열했는데, 논쟁에서 밀리면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동료 중에는 남달리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은 승부를 가르는 상황을 적당히 즐기기도 하였다. 나는 사람의 잘못을 캐내는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게임에서도 이겨도 맘이 편치 않은 사람이다. 내 손해가 크지 않다면 차라리 지는 게 속 편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상대의 심정이 어떨지 맘에 걸려서다.


연차가 쌓이면서 책임이 커졌다. 이 일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직이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걸림돌이었다. 오랜 기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적어도 월요일이 그렇게 싫지는 않아야 했다. 가슴이 뛰지는 않을 망정.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알아야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모르면서 이직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질문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검색어가 잘못되면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꿔 보았다.


일하지 않아도 지금의 월급을 준다면,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겠는가?


쉬운 말이지만, 좀 더 풀어 보겠다. 우리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일터에 나가고,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여 수입을 만든다. 그런데 누군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금의 소득을 나에게 제공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일하지 않아도 돈을 준다니...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쓰던 시간과 노동력이 자유롭게 되면 그 대신 무엇을 하겠냐는 말이다.


뭘 고민할 게 있겠냐? 놀아야지. 노는 게 적성이 아닌 사람이 있을까? 이런 계획(?)은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더 많은 소득을 위해서 다른 일거리를 찾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질문의 취지를 벗어난다. 돈이 더 벌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가정해야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을 수정한다.


일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 질문은 쉽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컷 놀겠다? 다들 삶에 지쳤으니 이런 답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 퇴직 후 계획을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겠다'라는 대답이 적지 않다. 평생 일만 했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놀겠다는 나름 비장한 다짐이다. 하지만, 정작 퇴직한 분들을 보면, 그냥 노는 거 6개월 이상 하기 어렵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와서... 나도 이 질문을 화두로 삼고서 오래 고민했다. 회사에 가지 않는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는 상상을 해봤다.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하지만 매일 그러고 산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해질 것이 분명했다. 못 보던 영화를 볼까? 낚시를 다시 할까? 새로운 운동을 배울까? 남들 일하는 시간에 이런 걸 한다면 정말 여유로울 거 같았다. 그런데 매일 일삼아서 할 것은 아니었다. 나의 업이 따로 있고, 남는 시간에 해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 같았다. 뭔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했다. 다시 질문을 다듬었다.


일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내가 업(業)으로 삼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시간을 갖고 돌아봐야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일, 하다 보면 몰입하게 되는 일, 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던 일... 이런 활동들의 집합이 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나는 주말 오전,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주로 책을 읽거나 영상을 편집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짜증이 나겠지만, 나에게는 기꺼이 지키는 루틴이다. 맛 좋은 커피와 조용한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나중에 은퇴하고 돈 걱정이 없다면 매일 이렇게 지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새로 운 것을 배우기 좋아한다. 배울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지만, 나는 책이 편하다. 처음 접하는 내용을 배울 때는 특히 그렇다. 남은 부분이 얇아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나면 행복하다. 그렇게 배운 내용으로 교육 자료를 만들다 보면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해 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건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 거창하게 말해 다른 이의 가치를 올리는데 기여하는 것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짧게 정리했지만, 오랜 고민의 결과로 얻은 나에 대한 성향이다. 종합해 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강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려운 결정들을 통해 강의를 업(業)으로 하게 되었고 앞으로 더 훌륭한 강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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