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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Oct 09. 2020

쿠팡, 당근마켓, 네이버카페와 함께한 꽉 찬 하루

[쿠팡] 새벽배송 2박스 문 앞으로 배송 완료했습니다.


새벽배송 알림에 잠에서 깼다. 간밤에 주문한 우유, 호밀식빵, 달걀, 대파, 유부다. 달걀은 파손을 막기 위해 별도의 박스에 포장재들과 함께 왔다. 슈퍼에서 달걀을 사면 내가 그냥 들고 오면 되지만 배달로 시키면 이렇게나 많은 포장재들이 필요하다. 아, 너무 편리하지만 죄책감이 든다. 요즘 자주 느끼는 새벽배송과 배달음식의 딜레마다.


다시 아침으로 돌아와서. 호밀 식빵 두 쪽을 토스트에 굽고, 달걀 두 알로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고, 샌드위치용 햄 두 장을 구웠다. 미니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 한잔을 뽑고, 우유도 한 잔 채웠다. 식빵에 얼그레이 잼과 엄마가 만들어준 딸기잼과 크림치즈를 번갈아가며 발라 먹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침 식사 시간. 며칠 전 컬리에서 산 얼그레이 잼은 생각보다 그럭저럭이다.



여유 부리며 아침을 먹다 보니 당근마켓 거래 시간이 다 되었다. 집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곳에 가서 등산화를 사기로 했다. 20만원 정도 되는 제품인데 사용감이 좀 있어서 2만원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사 보기로 결심을 했다. 원래는 쿠팡에서 저렴한 등산화를 사려고 보고 있었는데 5만원 이내로는 괜찮은 신발을 살 수가 없었다. 내가 등산을 얼마나 열심히 할지도 모르는데 5만원 이상 쓰고 싶지는 않아서 망설이고 있다 문득 당근마켓의 존재가 떠올랐다. 3년 전에 가입만 해놓고 한 번도 거래는 안 해봤는데, 중고로 등산화를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브랜드가 있는 등산화는 가격이 비싼 만큼 기능이 우수하니, 애매한 싸구려 신발을 신다 버리는 것보단 그게 낫겠다 싶었다.


신발 주인은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당근..?"이라고 작게 읊조리며 다가오셨다. 제품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모바일뱅킹으로 2만원을 보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어보았다. 평소 240~245 사이즈 신발을 신는데, 240이라고 해서 긴장이 좀 됐다. 등산화는 발에 너무 딱 맞으면 안 좋다고 해서. 다행히도 너무 꽉 죄지 않고 잘 맞았다. 끈을 묶지 않고 다이얼형으로 된 신발을 처음 신어봤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유튜브에 '등산화 다이얼'이라고 쳐서 방법을 알아냈다. 끈 풀릴 염려도 없고, 발에 꼭 맞아서 기분이 좋다. 새 신발이 생긴 기분이다.



간밤에 쿠팡에서 산 유부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도시락 싸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만들면서 두어 개 정도 먹고, 나머지는 도시락 통에 넣었다.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얼음과 함께 보온병에 넣고 등산에 나섰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혼자 등산을 갔었는데, 꽤 괜찮았다. 다만 일반 운동화를 신고 가니 발이 충격을 그대로 흡수해서 신발은 제대로 된 걸 하나 사야겠다 싶었다. 한 번 경험이 쌓였으니 여러 가지로 준비가 철저해졌다. 도시락도 쌌고, 물도 챙겼고, 신발도 갖췄고, 바지도 등산복 비슷한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모자도 썼다. 확실히 잘 갖추고 산에 오르니 훨씬 수월하다. 특히 신발! 쿠션이 좋아서 오르막을 올라가기가 한결 편안했다.


지난주에 갔던 산을 다른 코스로 올라갔는데, 한 번 다녀와서인지 힘듦이 훨씬 덜 했다. 지난주엔 30~40분 산에 오르는데도 숨이 꼴딱 넘어갈 것 같았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올라가는 내내 사소한 일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큰 일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톱 밑 가시처럼 신경이 쓰이고 불쾌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산 입구에 주차까지 하고도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도저히 등산 같은 걸 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꾹 참고 산에 올랐다. 오르다 만난 마애보살입상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웅장한 자연 앞에 서면 한없이 겸허해진다. 뻔한 얘기 같지만,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 싶은 거다. 그리고 몸이 힘들면 정신적인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있다. 어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집 앞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라고 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겠지. 합장을 하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인증샷을 찍고 산에서 내려왔다.



집에 와서도 쉴 수는 없었다. '나눔'을 받으러 가야 했다. 아파트 단지 카페에서 어떤 주민이 골프 캐디백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했다. 꽤 좋은 물건 같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새 식빵 한 봉지를 들고 나눔을 받으러 갔다.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나눔의 세계에서는 식빵 한 봉지를 건네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분 집 앞에 식빵 한 봉지를 두고, 커다란 골프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집에 왔다. 이제 골프채만 구하면 된다. 골프를 배워 볼 생각.


저녁밥 먹을 시간. 요즘 한참 배달음식과 테이크아웃에 빠져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집밥이 먹고 싶다. 메뉴는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다. 다시마, 멸치, 건새우, 된장(집된장과 시중품을 반 섞어서), 다진 마늘로 국물을 내고 연두도 넣어줬다. 냉동실에 남아있던 샤브용 소고기도 해동해서 넣고, 냉동 왕새우도 3마리 넣었다. 양파와 파를 듬뿍 썰어 넣고 간을 봤는데.. 너무 달다 ㅠㅠ 양파를 많이 넣으면 음식이 달아진다. 파와 다진 마늘, 된장, 고춧가루, 새우젓을 넣어서 단맛을 좀 잡았다. 고등어는 종이 포일을 깔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에어프라이어 이거 아주 물건이다. 프라이팬에 고등어를 구우면 기름이 너무 튀고 속까지 잘 안 익는데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겉바속촉에 아주 맛있게 구워진다. 집에 있던 열무김치를 곁들어 밥 두 공기에 된장찌개, 고등어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정말 피곤하다. 다리도 아프다. 이렇게 몸이 피곤한 경험도 오랜만이다. 쉬는 날인데 정말 바쁘게 보냈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하루를 돌이켜 보니 쿠팡으로 장을 보고 당근마켓으로 등산화를 사고 네이버카페에서 골프가방을 나눔 받고.. 모바일 앱 서비스가 내 삶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구나 싶다. 살기 좋은 세상이야. 오늘 일기 끝.


제니의 첫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마케팅 부서 발령을 받았습니다. 5년간 기자로 일했기에 홍보 업무에는 자신이 있었고, 마케팅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케팅을 말하지만. 진짜 체계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5년차 마케터인 제가 감히 '전문가'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너무 기본적이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최대한 모아서 작성했습니다.

https://bit.ly/topgimil_m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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