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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준비

by 일곱시의 베이글

내일 드디어 출장팀이 한국을 떠난다. 출장 일수는 단 3일. 유럽으로 가는 출장치고 매우 타이트한 일정이다. 당초 5일로 출장 계획을 잡았으나 유럽 권역에서 긴 일정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3일로 줄였다. 출장 인원도 최소화해 달라고 해서 우리 팀 4명 중 2명만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나는 출장 가고 싶은 마음 반,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반이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출장에 갈 수 없게 되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가을 하늘, 출근길.


우리 프로젝트 팀에서 해외 출장 가는 걸 본적은 많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우리 모듈에서 간 건 처음이라, 출장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볼 수 있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출장 날짜. 해외 출장이고 하니 나는 몇 달 전부터 날짜가 픽스될 거라 생각했지만 완전히 예상과 달랐다. 고객사인 한국 본사에서는 해외 출장 날짜를 미리 잡고 우리와 조율하고 있었지만, 언제 가서 어떤 주제로 논의할지 정하는데만 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정작 우리와 논의할 대상인 유럽 권역에서는 한국의 출장자들이 들이닥칠 거라는 사실을 출장 열흘 전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것. 여하튼 출장 날짜가 계속해서 바뀌는 사람에 우리 쪽에서도 출국하기 며칠 전에 일정이 확정되어, 항공편과 숙박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출장 가서 논의할 자료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동안은 기본적으로 고객인 한국 본사의 눈높이에 맞는 산출물을 만들어 왔는데, 출장을 위해서는 유럽 권역의 눈높이에 맞게 자료를 모두 수정해야 했다. 조금씩 다듬는 수준이라 큰 공수가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프로젝트의 가장 큰 복병은 바로 영. 문. 화!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영문화 초안 작업을 하고 인간들이 검수를 하는 것은 그리 큰 공수가 아니나, 한글/영문 2벌의 자료를 현행화시키는 일이 늘 관건이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늘 "한글본이 완전히 픽스되면 영문으로 넘어갑시다"라고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중간중간 해외에도 산출물을 공유해주어야 하기에 중간 버전의 영문본을 요구한다. 자료의 분량이 10페이지 미만일 때는 관계없지만, 지금과 같이 200페이지가 넘어가는 문서에서 곳곳에 수정할 내용이 생기고, 자료의 목차가 바뀌는 등 큰 변화가 생기면 싱크를 맞추는 일이 상당히 고생스럽다. 더블 체크를 아무리 해도 한두 군데서 구멍이 발견되곤 한다.


이제 출장팀이 떠나고 나면 남은 본사 지원팀 2명은 근무 시간을 조정해서 현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현지 시간에 완전히 맞춰서 근무하려면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며 조금이나마 함께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유럽 팀이 오전 근무를 하는 동안은 한국 팀과 업무 시간이 4시간 정도 겹치니, 현지에서 나온 수정 사항들을 우리 쪽에서 반영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본사의 출장 지원팀이지만, 다음엔 직접 출장을 갈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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