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1 김해뉴스 게재 칼럼
지난 주 많은 대학들이 종강주간이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급작스레 시작된 코로나19의 충격이 결국 학기의 시작을 막아섰고,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교사·강사들을 들이밀었습니다. 학교 역시 무방비 상태로 이 상황을 맞으며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했으나 역부족이었던 듯합니다.
학생들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잘 한대도 진행하는 입장이나, 청취하는 입장에서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해 가면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 중 하나가 미디어이다 보니, 화려한 미디어콘텐츠가 익숙한 세대들에게 현재 학교나 강사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들이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처음부터 계속되었던 고민은 매학기 만나는 학생들에게 내가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였습니다. 검색을 조금만해도 방대한 분량, 양질의 정보와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그저 지역출신의 한 대학강사에게 그것들과 비교될 수 있는 매일이 어쩌면 굉장히 부담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강의 중인 학교에서 시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뿐인 과목의 유일한 강사가 되어 5년이상 강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에서 혼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제법 달라진 것 같습니다. 대안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대안이 일상이 돼 갑니다. 날이 더운데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후반기로 미뤄졌던 문화예술행사들도 여기 저기 취소 소식이 전해지고, 행사와 연계된 굵직한 기업들의 폐업소식이 들립니다. 그나마 억지로라도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축소·운영하거나,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도 경험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경쟁력 있고, 잘 할 수 있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진행되는 많은 토론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정리해 볼 때, 우리가 고민할 현재의 키워드는 '로컬'과 '플랫폼'입니다.
'로컬'은 어떤 의미에서 더 작은 집단들, 그리고 개인의 차별화와 경쟁력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 개인과 작은 집단이 가지는 영향력의 범위는 보다 더 공동체성을 전제하고, 비즈니스 중심에서 관계 중심의 사회로 전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이 로컬의 정체성과 로컬에서 쏟아내질 다양한 콘텐츠와 역동적 관계를 담아내고 드러내는 '그릇'일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을 그동안 간과해 집중하지 못하고 각각의 영역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면, 건강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것들이 정리되고, 보다 더 이용자 중심으로 커져 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경쟁하고 공존해야 할 대상이 글로벌하게 된 것이 더 체감되는 시기입니다. 자기만의 것이 없으면 살아남기조차 힘들어 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제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사고의 확장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미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다음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우리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잘 된 곳의 벤치마킹이 아닌 우리만이 가진 독보적 경쟁력의 로컬,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져 볼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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