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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재 Nov 16. 2015

 [인도여행 D-6] - 비자발급

[인도여행 D-6] - 비자 발급


수능이 끝났다. 2015년 11월 12일부로 애증의 관계였던 대한민국 공교육과 더 이상 뒤치닥 거릴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수능 보기 전만 해도 수능이 끝나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고 꿈만 같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정말 꿈만 같다.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만 같다. 물론 가채점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예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고 버킷리스트의 항목들을 하나 하나씩 그어 나가다 보니 수능은 이미 '4만 2천원짜리 파란색 샤프를  받았다'라는 추억으로만 남은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인도 여행은 10일 앞으로 다가왔고, 그를 준비하기 위한 많은 일들을 해나가야 했다.


인도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바로 비자 발급이었다. 여권만 있으면 뭐하나, 비자가 없는데. 그 와중에 도착비자는 작년에 폐지되었다고 했다.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사전 비자를 받는 것. 그래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인도비자접수센터에 가야 하며 (안 가도 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서울 나가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비자 사진과 여권 사본, 비자 신청서 등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물론 저 3가지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를 위해선 따로 돈을 내야 한다는 것. 사본은 복사하는데 100원, 사진은 두 장 찍는데 7500원, 신청서는 작성하는데 1만원. 하지만 내가 그 돈까지 내가면서 만들 수는 없잖아 발급 최소 비용이 72,900원인데?


그래서 사전에 저 3가지를 다 준비했다. 남들 수능 끝나고 놀러 나갈 때 컴퓨터에 앉아 이건 도대체 뭘까 싶은 영어와 사투를 벌이며 신청서를 작성하고 학교 복사기로 사본도 만들고 동네 사진관에 가서 네팔 갈 때를 대비해 8장 정도 찍어갔다. 나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준비력이었다. 수능 끝나고 하루 만에 준비 다하고 비자까지 만들러 서울에 나가다니 하.... 나란 놈 쉴 틈이 없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인도비자접수센터. 원래는 토요일날 가려고 했는데 주말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금요일날 갔다. 그리고 예약도 15시 10분 예약이었는데 사진관에서 조금 늦어져서 전철도 1분 안에 환승하고 평소엔 거들떠도 안 보는 택시까지 타고... 그래도 어떻게 제 시간 안에 도착해지긴 하더라. 세시 반. 센터 직원 분이 정한 데드라인 안에 들어와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발급받지도 못할 뻔했다.











그렇다. 여긴 인도였다. 현실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이었지만 비만 잔뜩 내리는 우기에 우산을 쓰고 사람들로 넘쳐나는 지하철을 타고 달려온 이 곳은 이미 인도였다. 느낌적인 느낌이 그랬다. 그리고 몇몇 보이는 인도인들과, 전화통화로 인도 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이 모든 것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와 그나저나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비자 사진은 공개할 수가 없었다. 최악이다.

누가 내 얼굴을 보고 머리와 안경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었는데... 사실이다.


이제 저걸 들고 1층에 있는 하나은행에 가서 7.만.2.천.9.백.원. 을 송금하고 다시 올라와서 대기표를 뽑은 다음 순서가 오면 가서 여권을 건네주면 된다. 그럼 언제까지 오라면서 영수증을 하나 건네주는데 그 날짜가 무려 출국 3일 전인 11월 19일이었다. 만약 내가 토요일날 갔다가 실패하고 월요일날 신청하러 갔더라면....? 그럼 급행으로 하겠다 하겠지 근데 급행은 오전에만 가능한데...? 그럼 나 학교는...? 여러모로 큰일 날 뻔했다. 수능 당일 날 아무 생각은 없었지만 비자 발급에 관해 검색한 게 신의 한 수였다. 하마터면 인도 못 갈 뻔했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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