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리 남한강에서 보다

강상면 세월리 세월길 147번 길의 한 폭의 그림, 그림 같은…

by Wonjae Lee



양평의 3월은 겨울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포근한 날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다.

이런 날에 세월리(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에 왔으니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강가로 나가고 싶었다.


세월리 마을 뒤편 산자락에는 십여 년 전부터 전원마을을 만들고 있어서

이젠 30여 가구가 모여들어 제법 마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강으로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에서 반려견 등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새로운 세월리 전원마을 주민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강변까지 나가서

동쪽 여주를 향하는 강변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걷다가

여주군 전북리와 양평군 강상면의 경계를 이루는 세월천을 끼고 돌아오면

봄이 다가오는 오후의 남한강변 힐링 산책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마을 길이 끝나면 바로 강변 자전거 길을 만나게 된다.

하이엔드 DSLR로도 찍기가 힘든 파노라마 샷을

스마트폰 카메라는 척척 만들어 낸다.

(하긴 스마트폰이 웬만한 DSLR 카메라보다 더 비싸긴 하지..)


왼쪽에 보이는 길과 오른쪽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길이다.

비트코인 한 개 값은 될 만한 이런 멋진 뷰는

이런 마을에 연고가 있다는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할 정도이다.

보기만 해도 좋다는 건 분명 이런 것이겠다.



멀리 보이는 왼쪽의 산은 유명산이요, 오른쪽은 용문산이다.

용문산 중턱의 흰 눈이 많이 보이는 부분은

옛날 포병 부대의 포 사격장으로 사용된 탓으로

나무가 없고 맨 땅이 드러나 눈이 쌓인 그대로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많이 쌓일 때면 알프스의 설산 풍광이 부럽지 않을 정도임을

특히 양서면에서 전망할 수 있는 사람이면 공감하리라.


그 아래의 양평 시가지 전경은

허연 콘크리트의 아파트 숲이 되어 버리는 중이어서

물 맑은 양평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전원도시의 풍경은 아닌 듯하여

양평군의 도시디자인을 담당하고 결정하는 자들이 불만스럽다.



강요배 화가의

습기와 바람을 머금은 그 색채의 조화가 생각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물 위에 있는 현실은 풍광이고

물아래에 있는 신비는 그림이다.



강상면인 강의 이 쪽은

그 유명한 사대강 정비사업을 받아 강의 수변구역을 모두 갈아엎고

획일적으로 평평한 풀밭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건 뭐

사람을 위한 둔치 공원도 아니고 생물을 위한 생태공원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내 생각)


건너편인 개군면의 강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둔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둘쑥날쑥한 모양으로 물길도 쉬어 가고

물웅덩이나 오랫동안 형성된 숲이 생명을 이어가는 생태계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다.



오른쪽으로 강길이 이어지는 곳의 방향은 여주군 전북리, 금사리를 거쳐 이포보에 이른다.

강의 건너편은 개군면 하자포리, 상자포리를 지나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로 이어진다.

이포대교를 건너면 몇 군데가 모여 있는 천서리 막국수가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막국수에 그다지 혼을 뺏기지 않은 나로서는 전혀 동요가 되지 않는다.



강가로 나가 물을 마주하고 보니

언제 얼음을 뒤덮어 썼던 겨울이 있었나 싶게 물은 힘차게 흘러가고 있다.

물속에 잠긴 바위나 돌의 모양대로 소용돌이와 굴곡을 일으키며

같은 모양이라고는 억조번 만에 하나라도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듯이

잠시도 쉴 틈 없는 부지런함으로 맹렬하고도 단호하게 흘러간다.

그 끝에는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강물은 결코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지에서 굽이쳐 흐를 때가 있을지라도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시점(4월6일)에는 가까이나 멀리 보이는 풍경이 모두 꽃밭이 되었다.

세월리 집 창문을 통해서 보는 평화로운 강변 농촌마을 풍경이다.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 자연이 많을수록 힐링의 수치가 높아진다.

늘 따라다니던 불안감. 조급함. 뭔가를 해야 할 듯한 강박증 따위는 난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음이 편하고 편하고 편해져 세상 근심일랑 봄볕에 눈 녹듯 흔적도 없다.


여기는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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