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색] 2018.12.15 일상-청풍쌤
오랜만에 차를 타지 않고 집밖으로 걸어나왔다. 날이 찼다. 영하 9도의 날씨는 목까지 올린 지퍼를 더 끌어올리게 만들었고 장갑 낀 손 끝까지 시려왔다. 날은 쌀쌀해지만 바람을 맞는 건 좋았다.
바람 맞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매서운 바람에 볼은 에이는 듯하고 귀가 떨어져나갈 거 같지만 맞는 순간은 참 좋다. 노천탕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따뜻한 옷 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찬 바람을 맞는 행위가 스스로 선택한 느낌이라 더욱 즐기는 듯하다. 한참을 바람을 맞고 서있다 신호등 불빛을 보고 횡단보도에 내려섰다. 바삐 걸어가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쯤 멈칫했다.
'아, 중간에 서서 사진 찍고 왔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여유롭게 걸어서 남은 횡단시간은 5초뿐이었다.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차도 별로 없었다. 이런 날은 사람도 없다. 좋아하는 바람을 계속 맞자니 추워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면 자연스레 땅만 쳐다본다. 땅만 쳐다보며 걸었다. 추우니 발걸음도 빨라진다. 추워서 마스크까지 했는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마스크 안쪽이 습기에 젖어버렸다. 촉촉한 마음에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버스를 타기위해 참았다.
열심히 걸어서 천안아산 역사로 들어왔다. 반대편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다시 반대편으로 나가야하지만 바람이 잦아든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또 다른 천국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어디선가 오는 사람으로 인해 시끄러웠지만 그로 인해 온기가 느껴졌다. 새벽 시장 같은 느낌이랄까? 밝은 조명 아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는 설렘 아닌 설렘이 느껴진다. 그들을 뒤로 하고 역사를 나왔다.
"흡"
역사를 나서는 순간 시원한 찬 공기를 폐속으로 소환하는 순간 코끝에서 달달한 냄새가 났다. 담배냄새다. 주위를 둘러봤다. 저쪽 한켠에서 젊은 친구 하나가 도로를 내다보며 한껏 빨고 있다. 흡연장은 들어왔던 쪽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가끔 피우는 걸 본 적은 있었는데.
'Say No, Save Life, no Save My life'
버스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해야된다와 지나가자는 이견이 머릿속에서 한참을 떠들었다. 관성의 법칙이 이겼다. 걸어가고 있었고 저 사람에게 가기까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해야했기에 또 가던 길을 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새파랗진 않지만 봐줄만한 하늘이었다. 하늘을 보는 것도 참 좋다. 바다만 보고 살 때는 하늘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꿩 대신 닭이라, 아니 닭 대신 꿩이라. 바라를 못보니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에 들어왔다. 이젠 하늘보는 게 일이 되었다.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축북이다. 기적이다. 이런 여유는 나만의 특혜다.
오랜만에 걸으니 생각이 많다.
걸으면서 바람도 만나고 하늘도 만나고 사람도 만났다.
매일 같은 일상 속 깨어남은 늘 다른 같음을 선물해준다.
#J코딩
#청풍쌤
#엄마와함께하는코딩육아
http://J코딩.com